[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금융감독원이 공공기관 재지정을 피했지만, 정부의 강도높은 조직 및 인적 쇄신 요구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마른수건짜기 식’으로 유보 조건을 이행 중인데, 올해는 보다 강화된 조건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향후 추진실적이 미흡할 경우 공공기관 지정을 적극 검토한다고 엄포까지 받았다.


정부가 제시한 유보 조건은 상위직급 추가 감축, 해외사무소 정비,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엄격한 경영평가 등이다. 특히 비효율적 조직운영 개선이 강조됐다. 금감원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로부터 2019년 상위직급(3급 이상)을 5년 내 35%수준으로 감축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2019년 21명, 2020년 20명의 3급 이상 직원을 줄였다. 추가로 감축해야 할 인원은 100명+a로 남은 기간이 3년임을 감안하면 매년 3급 이상 직원을 최소 30명 이상씩 줄여야 한다.


금감원은 전문감독관 추가 선정 등의 자구책도 실효성이 우려된다. 전문감독관은 검사, 조사, 감리 등 특정 분야에서 정년(만 60세)까지 전문가로 일할 수 있는 제도다. 본인의 전문 분야를 정해 전문성을 쌓을 수 있지만 순환 보직 인사에서 제외돼 과거 관련 제도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전례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승진 적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감원 노조는 더 큰 부작용을 걱정한다. 연대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 노조는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최고경영자에게 묻고 있는데, 정부는 사모펀드 부실대응 책임을 금감원 전체 직원에게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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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경영을 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확실히 묻고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검토는 사모펀드 감독 부실이 주요 원인이었다. 기재부가 요구한 쇄신안에는 허술한 관리 감독을 해결할 수 있는 직접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 퇴로도 없이 조직만 축소하면 관리감독이 제대로 될까. 국내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에 대한 징벌보다는 효율적이고 실효성있는 쇄신책이 나와야 할 때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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