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작년 하반기부터 공급 부족"
요청에도 조기 증산은 어려워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전 세계에서 자동차용 반도체에 대한 수급 문제가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 일본,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이 대만 측에 반도체 생산 확대를 요청했다고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대만 TSMC와 업계 4위 UMC 등에 생산 확대를 요구해 달라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 대만 당국 관계자는 "자동차용 반도체가 세계적으로 부족해 지난해 말부터 각국 외교 경로를 통해 (대만이 반도체 공급을 늘리도록)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은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부 장관이 대만 정부에 서한을 보내 독일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제조업체의 부자재가 부족한 문제를 놓고 각국이 특정 국가에 증산 등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인 경제부는 이미 주요 반도체 기업에 증산 등을 요청했으며 TSMC나 UMC 등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를 서두르도록 촉구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TSMC 홍보책임자는 "(세계적으로 지금 가장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수요에 응하는 것이 당사의 최우선 사항"이라면서 "계속해서 자동차 관련 기업과 긴밀히 협력해 수요에 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확산되고 있다. 재택근무 등이 늘면서 PC에 사용하는 전원관리용 반도체의 공급이 부족해졌고 중국 자동차 시장의 회복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극도로 부족을 겪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SMIC를 제재하면서 반도체 부족은 더욱 심각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했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제재 등이 쉽사리 풀릴 것이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각국의 요청에도 반도체 생산량을 당장 늘리기는 어렵다. 차량용 반도체는 이윤이 적고 수요가 줄면 가격이 금세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증산을 위해 투자를 늘렸다가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요 반도체 업체가 최근 자동차 업계에 반도체 가격 10∼20% 인상을 타진했으나 공급 부족이 조기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예상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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