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사업장 3년 유예 기준 맞추려면 "직원 해고해야 하나" 분통
한번의 사고로 파산할 수도…현실 외면 '비전문성·무책임' 국회 비난

"기업가를 범법자로 만드는 나라"…中企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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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김희윤 기자]"예방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처벌, 처벌 자체가 목적인 법이다.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그나마 유예라도 받아 폐업할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55명인 직원 중 6명을 희생(해고)시켜 50인 미만 기준에 맞춰한다는 말이냐."


중소기업인들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가 중대재해처벌법을 합의하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에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데 대해 "국회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3년 유예는 요식 행위일 뿐

수도권에서 건설자재 기업을 경영하는 윤철균 대표(58·가명)는 "원청 업체가 50인 미만 근로자의 하청 업체를 쓰다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3년 유예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하청 업체도 1년 안에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체 사업장의 81%가 50인 미만 사업장인데 유예는 요식 행위일 뿐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내년에 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리고, 법인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여러 명이 크게 다칠 경우 경영책임자는 7년 이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 법인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각각 처해진다.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이 손해를 배상할 때는 ‘손해액의 5배’를 배상해야 한다.

이유를 막론하고 한 번의 사고만으로 중소기업은 문을 닫고, 창업자는 영영 재기할 수 없다는 두려움 속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안성에서 자동차부품제조업체를 경영하는 김태근 대표(54·가명)는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기보다는 대표가 구속되고 벌금에 손해배상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중소기업은 막대한 벌금과 징벌적 손해배상,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도 시흥 소재 한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는 “어쩌다 작업자 실수로, 장비 문제로 사고가 나면 속된 말로 내가 ‘깜빵’ 가는 거다. 그렇게 되면 나는 물론 회사도 끝나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울산의 조선협력업체 정영식 대표(61·가명)는 "대체 현장의 목소리는 듣고 법을 만든 것인지, 한국에서 기업하지 말라는 말 아니냐"고 했다.


외면 당한 中企, 무책임한 국회

경제단체들은 "이대로 법이 시행된다면 원하청 구조 등으로 현장의 접점에 있는 중소기업은 당장 범법자가 될 수 있다"고 호소했지만, 싸늘하게 외면 당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사업주 처벌 조항만이라도 바꿔달라"고 마지막까지 호소했지만 국회는 귀를 닫았다.


8일 본회의 통과를 앞둔 중대재해법은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을 모델로 제정됐다. 영국이 2007년 법인과실치사법을 제정한 이후 산재 사망사고가 줄었다는 것이 도입을 추진한 이유다. 영국 산재 사고사망자는 2007~2008년 180명에서 2018~2019년 147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영국 산재 사고사망자 감소는 법인과실치사법의 효과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의 ‘2020 국제안전보건동향’ 1월호에 따르면 영국의 2018~2019년 산재 사고사망자는 2007~2008년보다 약 18% 감소했지만,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장기간 감소 추세를 보이다 최근 몇 년간은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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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영국에서는 법인과실치사법이 별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영국 법인과실치사법과도 다른 법이 됐다"면서 "법체계와 안전이론에 부합하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로지 처벌, 처벌 자체가 목적인 법을 만들었다. 비전문성과 무책임성이 훨씬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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