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금지 비판에 '맞불 여론전'…정부, 아전인수·오역 논란
美NGO "통일부, 내 발언 오용했다…실망"
강경화 장관 인터뷰 '의도적 오역' 논란엔 "실수"
美앵커가 전단금지 찬성하는 것처럼 번역·홍보
지난 6월 22일 밤 경기 파주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23일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 떨어져 경찰이 수거하고 있다. 발견된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은 2∼3m 크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 <이하 사진=연합뉴스>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정부여당은 릴레이 기고·인터뷰 등으로 '맞불 여론전'에 나서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아전인수와 과잉주장, 오역 등을 쏟아내며 오히려 빈축을 사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의 칼 거쉬먼 회장은 "대북전단활동과 관련한 나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한국 통일부가 잘못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실망했다"고 22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통일부는 앞서 15일 배포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 설명자료'에서 "대북전단살포가 북한인권을 개선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북전단은 북한 당국의 사회통제를 강화시켜 북한 주민의 인권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내며, 북한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거쉬먼 회장의 발언을 인용했다. 통일부는 "거쉬먼 NED회장도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효과적인 정보유입 방법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고 썼다.
이에 대해 거쉬먼 회장은 자신의 인터뷰를 오용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통일부가 대북전단금지의 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자신의 언급을 임의로 갖다붙였다는 것이다. 거쉬먼 회장은 지난 6월 VOA와 인터뷰에서 "대북전단살포가 아주 효과적인 정보유입 방법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했으나, 인터뷰의 취지는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이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만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거쉬먼 회장은 "북한 내 정보 접근을 확대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하는 시민사회와 인권 단체들은 더 평화롭고 통일된 한반도를 위해 토대를 마련하도록 돕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전단금지법에 관한 호의적 국제여론을 조성하겠다는 정부는 오역 논란을 빚기도 했다.
외교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지난 16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 내용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대북전단에 대한 북측의 무력 대응을 비판하는 취지의 사회자 발언을 오히려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동조하는 것처럼 소개했다.
의도적 오역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외교부는 뒤늦게 "번역과정에서 생긴 실수"라면서 "관련 내용을 바로잡았다"고 해명했다.
정부여당은 국제사회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과도한 주장도 서슴지 않으며 비난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강 장관은 당시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이슈를 놓고 미 의회 일각에서 문제 삼고 있다는 사회자의 언급에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인권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측은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이어서 해당 법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상식과 기준에서 한참 벗어난 '과잉 입법'이자 '과잉 처벌법'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기고에서 "(표현의 자유는) 대한민국에선 헌법에 따라 미국보다 더욱 완벽하게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 인형을 화형시키는 행위도 표현의 자유로 허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여당은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비판이 오해와 몰이해에서 왔다고 보고, 내신과 외신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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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과 송 의원 외에도,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8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120만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21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효율적인 행동"이라는 내용의 글을 직접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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