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인 밀턴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즈에 '프리드먼 선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의 증가에 있다'라는 선언적인 제목의 글을 기고한다. 신자유주의를 이끈 시카고학파의 태두로서 이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그의 글은 주주자본주의의 핵심 논리로 자리 잡으며 지난 50년간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과 학계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17세기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제도로 정착되기 시작한 주식회사 제도는 다른 물질적 발명보다 더욱 획기적으로 현재의 경제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 위대한 제도적 발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식회사 제도가 이같이 경제 성장과 발전을 이끈 이유는 무엇일까?
임직원, 협력업체, 채권자 등 주식회사의 이해당사자들은 계약에 의해 사전에 약정된 금액을 회사로부터 받을 권리를 지닌 반면 주주들은 기업이 이들 이해당사자들에게 약정된 금액을 모두 지급한 이후 남은 금액에 대한 청구권, 즉 잔여재산 청구권을 가진다. 한편 주식회사가 파산할 때 주주들은 자신이 투자한 전액을 잃게 되지만 채무에 대한 지급의무는 없는 유한책임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은 대규모 모험자본의 조달을 가능하게 했고, 이후 대항해와 산업혁명을 견인한 동력으로 세계경제가 성장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법인격을 지닌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므로 당연히 경영의 목표는 주주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주식회사 제도가 시작된 이후 주식회사에서 주주의 이익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여 간의 상충을 어떻게 조화해야 할지 많은 논의가 있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왕' 포드가 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판매하는 차의 가격을 인하하자 동업자인 다지 형제는 이러한 결정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919년 법원은 다지 형제의 손을 들어주는데 이 판결은 프리드먼 선언 이전부터 기업의 목표는 주주 이익극대화라는 법적 근거로 인용되는 중요한 판결로 기록된다.
프리드먼 선언은 이러한 논쟁의 종지부를 찍는 논리적 근거를 확고하게 제시했다. 주주들은 기업에 투자한 대가로 받게 되는 수익을 가지고 스스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기여를 할 것이므로 기업의 경영진은 오직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경영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에게는 약정된 금액을 지급할 것이고, 이후 사회문제의 해결은 정부가 법인세를 활용해 해결할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의 의사결정에 있어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물론 프리드먼 선언은 그동안 끼친 영향 만큼이나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환경파괴,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계층 간의 갈등, 주기적인 금융위기 등 지난 50년간 사회경제적 문제의 근원으로 신자유주의가 비판의 대상이 될 때마다 프리드먼 선언은 모든 문제의 시작으로 지적됐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특히 대규모 금융회사들의 무책임한 경영이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기업 스스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ESG 경영과 투자 역시 이러한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맞는 프리드먼 선언 50주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시카고대는 '프리드먼 선언 50주년 재조명'이라는 전자책 발간을 통해 현재 시점에서 프리드먼 선언의 의미에 대해 토론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등을 포함한 20여명의 저자들은 프리드먼 선언을 재평가하며 선언에서 천명한 제약 없는 주주 이익의 극대화는 더 이상 성립될 수 없다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약 100년 전 포드는 소송에서 졌지만 그의 결정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 높은 직원들의 높은 생산성을 이끌었고, 낮은 가격으로 대량 생산된 '모델 T'는 자동차 산업의 급속한 성장을 가져와 미국 경제를 주도하게 된다. 결국 오늘날 관점에서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따른 포드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기업으로서의 포드의 성공과 미국 경제의 도약을 이끈다. 포드의 사례는 프리드먼 선언 50주년을 맞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경영이 조화롭게 달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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