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고소득자 타깃 대출 규제 이어 14일부터 시중은행 추가 규제
KB국민, 1억원 넘는 대출 중단…신한銀도 일부 신용대출 비대면 대출 중단
은행서 대출 받기 더 어려워진 수요자들 고금리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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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요즘 부쩍 대출을 권유하는 문자나 전화를 많이 받는다.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일까. 신용대출부터 신혼부부 대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한결같이 싼 금리를 미끼로 돈을 빌리라고 권유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런 스팸 전화를 통해 나름 시장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창업자금이나 소상공인지원자금, 서민신용대출을 지원해 주겠다는 전화가 대다수다. 아무래도 연말 희망퇴직자들이나 생활이 팍팍해진 동네 상인들을 노린 대출 광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생각해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지난 8~9월을 기점으로 대출 광고 전화가 급격히 많아지기 시작했다. 상업시장에서 특정 제품의 광고가 늘어나는 것은 수요 증가와 맥락을 같이 한다. 대출 스팸이 늘었다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서민대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 세계적인 대공황이나 전염병의 창궐 같은 위기의 시대는 역사 속에 늘 존재해왔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나 로마와 켈트, 게르만, 바이킹이 충돌했던 유럽의 야만시대 때는 물론 문명화가 진행된 이후에도 수차례의 대공황은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위기의 시대가 오면 항상 가장 먼저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서민이다. 대출 권유 전화의 대부분이 서민대출 상품이라는 점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최근에는 낮은 이율로 갈아타게 해주겠다는 저금리 대출 보이스피싱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서민계층들의 위험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시그널이다.

이 와중에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압박이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달 30일부터 고소득자 핀셋 대출 규제에 들어간 이후 금융당국은 최근 또 시중은행 임원들을 불러 놓고 또 다시 경고했다. "가계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았으니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키라"는 압박이었다.


당국의 서슬퍼런 칼바람에 은행들은 역대급 대출 규제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은 당장 이번 주부터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민간 대출이 급증할 때 정부가 나서 관리하는 것은 과거에도 계속 반복됐던 일이다. 문제는 시기다. 시계를 10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줄어들던 가계대출이 점점 증가하자 당국은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2009년 4분기 가계대출은 16조원을 훌쩍 넘었다. 특히 비은행권 대출이 급증했다. 은행 대출을 틀어막자 더 비싼 이자를 내고라도 다른 금융권으로 수요가 몰린 것이다.

[데스크칼럼]대출 절벽과 풍선효과 원본보기 아이콘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반복될 태세다. 2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액은 최근 4년 내 최고치를 찍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풍선효과가 금융권 대출 시장에도 재현되기 직전인 상황이다.


풍선효과란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결국 한쪽의 문제를 잡으려다 다른 쪽에서도 문제가 불거진다는 의미다. 경제란 하나의 커다란 풍선과 같다.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나오게 마련이다. 역사 속 수많은 정책들이 풍선효과 때문에 실패했고 그 피해는 늘 국민의 몫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섣불리 시장에 개입했다가 풍선효과를 초래한 것은 이미 여러 차례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결국 이용 고객들의 혜택 축소로 이어졌다. 부동산 정책은 한쪽을 누를 때 마다 엉뚱한 곳이 부풀어 오르면서 정부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2018년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신용대출로 쏠림 현장이 나타나기도 했다. 강력한 규제를 내놓을 때마다 시장에서는 더 강력한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헛발질 사례만 추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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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는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당국이 구체적인 민간시장에 가격과 수요까지 직접 통제하려고 하면 부작용은 생길 수 밖에 없다. 가계부에 대출 지표가 늘어나는 것이 두려워 진짜 돈이 필요한 서민들의 생명줄을 틀어막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 지 생각해봐야할 때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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