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리고 아웅…개별 3%룰 완화, 실효성 없다" 재계의 절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시총 상위 15개사 감사위원 선출 의결권 적용 시뮬레이션
3% 아닌 20% 의결권 제한해도 15개사 중 7곳 감사위원 헤지펀드 등 外人에 뺏길 우려
향후 기업 실질적 피해 발생시 구상권 등 방어 수단 필요 목소리
한 경제단체 관계자 "구상권 안 되면 입법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라도" 분통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기민 기자] 여당이 감사위원 선임 규제 강화를 핵심으로 한 상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3%룰'의 일부 조항을 완화했지만 실효성이 없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국회의 과잉 입법을 막을 제도적 장치와 함께 향후 기업의 경영 활동에 실질적 피해 발생 시 구상권 청구 등 방어 수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합산 3%나 개별 3%나 기업 방어권 차이 없어= 9일 본지가 입수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의 '개별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헤지펀드 등 외국인주주 추천 감사위원 선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의결권을 개별적으로 3%로 제한하면 삼성전자·네이버·SK하이닉스·현대차·LG 등 시가총액 상위 15개 상장사 중 93.3%(14개사)에서 헤지펀드 추천 인사가 감사위원 겸 이사로 뽑힐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산 3%로 제한할 경우에는 15개사 모두 외국인주주가 25% 이상 의결권을 확보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법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경우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 3%까지 적용한다는 내용으로 원안보다 완화됐지만, 결과론적으로 합산 3%든 개별 3%든 헤지펀드 등 적대적 세력으로부터 감사위원 자리를 뺏길 기업의 우려는 대동소이하다는 얘기다.
KIAF는 3% 외에 추가적으로 개별주주 의결권을 5%, 10%, 20%로 제한하는 경우를 가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15개 기업에서 헤지펀드 추천 인사가 감사위원 겸 이사로 선출될 확률이 각각 86.7%, 80%, 46.7%에 달한다고 전했다. 3%룰이 아닌 20%룰로 완화해도 15개사 중 7개사가 감사위원 선출을 놓고 주주 간에 다툼 여지가 있는 셈이다.
외국인주주의 최저 찬성율(45.8%)을 적용하더라도 개별적으로 의결권을 3~20% 제한하는 경우 15개 기업 중 12개, 11개, 6개, 3개 기업에서 외국인 지분이 25% 이상 의결권을 확보했다. KIAF는 지난해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사외이사 후보 3인을 추천했는데 이들 3명에 대해 외국인 지분 중 45.8%, 49.2%, 53.1%가 각각 찬성한 바를 토대로 헤지펀드 제안에 대한 외국인 찬성률을 45.8~53.1%로 대입했다.
정만기 KIAF 회장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의결권 제한은 재산권 침해의 위헌 소지가 있으며 소수주주가 아닌 헤지펀드나 외국 경쟁 기업을 위한 법안 개정으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면서 "의결권 제한 철회가 어렵다면 우리 기업이 기술 유출이나 경영권 위협 우려 없이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한 수준을 최소 20% 이상으로 대폭 높여야 한다"고 막판 호소에 나섰다. KIAF가 지난 10월 말 상장사 213개를 포함한 381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상법 개정안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기업 10곳 중 8곳은 개정안을 수정해야 하며 특히 감사위원 분리 선출 조항을 바꿔야 한다는 응답을 보였다.
◆정보 유출 등 경영 손실 발생시 입법 책임져야= 경제계에서는 향후 기업 경영 활동에 막대한 손실 발생 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법안을 강행처리하고 나서 혹시라도 부작용이 생기거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이번에 의결한 분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입법에 관여한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구상권 행사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에 대한 법리 검토까지 들어갔으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 의견이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국회의원의 입법과 투기 자본이나 적대 세력의 기술 탈취 사이에 상당한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데 법적으로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국회의원이 입법한 법안의 경우 국민의 뜻으로 보기 때문에 국회의원에 대해 구상권 행사나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구상권 청구가 어렵다면 어떻게든 시도라도 해서 정치적 타격을 주거나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해 견제 장치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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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기습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재심의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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