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던 어시스턴트가 도망갔다.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몇 줄 남기고 사라졌다. 그 한두 달 전부터 사고가 줄줄이 발생했다. 카메라를 두 번이나 떨어뜨려 1000만원 이상의 수리비가 나왔고 그 일로 '멘털'이 나갔는지 하는 일마다 실수 투성이였다.
그 녀석을 아끼는 마음에, 나까지 화를 내면 더 정신 못 차릴 것 같아 끓어오르는 말들을 속으로 삼켰는데, 그 아이는 결국 문제를 피하고 도망가는 걸로 결정을 내려버렸다. 이번 일로 내가 꼰대임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그 녀석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수리비를 물어내라고 하지도 않았고, 본인이 감당하기에 힘든 일이기에, 서로가 이해할 수 있게 어떤 대화라도 나누고 마무리를 지었으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피해버리는 것으로 그동안 쌓인 정과 시간도 내동댕이쳐버리다니 이해 불가다.
게다가 이만한 일로 본인의 꿈을 접어버리다니 말이다. 너무 이해되지 않아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요새 아이들은 다 그렇단다. 이해하지 말고 그냥 다른 종족이라고 받아들이란다. 그러나 난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난 꼰대임이 분명한가 보다.
꿈은 꾼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인내의 시간을 견디려면 미쳐야 한다. '이게 아니면 안 돼'야 한다. 숨 쉬는 공기처럼 없으면 죽어 버릴 것 같고 금방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못 보면 돌아버릴 것 같은, 심장이 쿵쾅 대서 잠도 오지 않는 그런 상태가 돼야 한다.
꿈을 안고 이 바닥에 들어온 당신들에게 묻고 싶다. 왜 미치지 않냐고 묻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평생 살아가고 싶다면 미쳐야 하지 않나? 남들처럼 놀거 다 놀고, 쉴 거 다 쉬고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일로 직업을 삼겠다는 사치를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어시스턴트가 문자 몇 줄, 편지 한 장 남기고 사라지는 일이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상처 받고 아파했던 건 남아있는 내 쪽이었다. '요새 애들이 다 그렇지 뭐'라고 하고 넘어가기에는 후련하지 않은 뭔가가 내게 남아있었는데 그게 이 말이었다. '아직 안 미쳤어? 미치지 않고 어떻게 꿈을 이뤄?'
난 미쳐서 재미지게 한판 살았다. 이제 어떻게 다른 데 미쳐서 진하게 한판 더 살까 고민 중이다. 내년엔 올해 못다한 개인 작업에 미쳐 볼 생각이다. 미치면 공부가 필요하다. 젊어서 미치면 직진만 하면 되지만, 직진의 길이 끝나버릴 때쯤 길을 틀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공부다.
직진만 해도 되던 그때는, 뭐든 자동적으로 호르몬과 아드레날린, 심지어 페로몬조차도 한 곳으로 향해버려서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이 미쳐버려서 좋았다. 지랄 맞게 미쳐버릴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 꼰대가 되지 않은 당신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그냥 미쳐버릴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시절도 곧 지나가 버린다고, 그러니 지금 미쳐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2021년은 다시 한번 제대로 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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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사진작가 /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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