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눈앞에서 사라질 때 까지 떠나지 못하고 지켜봐

상일여고에선 수험생 복통에 응급실 실려 가기도

코로나19가 만든 12월의 ‘첫 수능’…속 타는 부모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이관우 기자] “아들이 휴대폰을 두고가 무슨 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기다리는 중이에요.”


코로나19로 인해 12월의 ‘첫 수능’이 치러진 3일 오전 7시 30분. 광주시교육청 제26지구 9시험장인 광주고등학교 맞은편 도로에서 만난 학부모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휴대폰을 놓고 급하게 시험실로 떠난 아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미안함이 들어서다.


게다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학교 정문 앞이 아닌 1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아들의 뒷모습이 흐릿해지는 모습을 애처롭게 쳐다만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했다.

이 학부모는 “아들이 예민해서 아침밥도 못 먹고 나왔는데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잘 보고 오라고 포옹이라도 해줬어야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제자를 응원하러 나온 한 교사도 눈에 띄었다. 숭의과학기술고 3학년 5반 담임인 정경연 교사로 한 손에 초콜릿 바를 들고 제자 25명을 위해 응원을 하며 교문이 닫칠 때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정경연 교사는 “올해 코로나19로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발걸음이 저절로 이곳으로 향하더라”면서 “교사인 제가 봐도 안쓰러운데 부모의 마음은 어떻겠나. 내년에는 시험장을 찾지 못 할 것 같아 마지막 수능이라는 심정으로 아이들을 격려했다”고 했다.


입실 완료 시간이 2분 지나자 한 수험생이 급하게 뛰어와 가까스로 시험장에 들어가기도 했다.


같은 시각 제23시험장인 상일여자고등학교도 예년과 다른 수능날 풍경이 연출됐다. 시험장 주변에는 경찰과 모범운전자회, 안내를 도와주는 녹색어머니연합회 4명이 전부였다.


대부분 학부모는 차에서 내려 정문까지 배웅하지 않고 차 안에서 딸을 다독이고 자리를 떴다.


수험생들도 종종걸음으로 수험장에 들어가기 바빴다.


학부모 이영진(45)씨는 “올 한해 코로나19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이 반복되면서 수험생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긴장하지 말고 12년간 열심히 한 노력의 결실을 맺길 바란다”고 말했다.

AD

한편, 이날 오전 8시30분께 한 수험생이 복통으로 쓰러져 상무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이 수험생은 교육당국의 신속한 조치로 병원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됐다.


호남취재본부 이관우 기자 kwlee71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