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새벽 청소노동자부터 빌딩주까지 각계각층
2009년 시민개방 이후 참여민주주의 실천의 공간
코로나19 이후 대형 집회 금지…여전히 각계각층의 여론 창구
관광객 감소·재택근무 등 유동인구 줄어 상가는 곡소리

코로나19 덮친 광화문 광장…치열한 일상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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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인턴기자, 김성원 인턴기자, 박준형 인턴기자, 이준형 인턴기자, 전근휘 인턴기자]어둠이 걷히지않은 새벽 4시. 올해 3년차 환경미화원인 최영관(69)씨는 은평구 연신내에서 이륜자동차를 타고 광화문으로 향한다. 최씨는 오전 5시부터 오후 3시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쓰레기를 수거한다. 청소업체에 직접고용돼 고양시 원당동에서 거리청소를 맡았던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업무가 줄면서 최근 용역업체로 옮기면서 광화문 광장이 새로운 일터가 됐다. 주5일 일하면서 손에 쥐는 월급은 세후 170만원.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최씨는 "집에 있으면 텔레비전밖에 더 보겠느냐"며 분주히 낙엽을 쓸었다.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민중심거리'다. 2002년 월드컵 응원과 2008년 5월 미국산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광우병 촛불'이 타오른 이후 2009년 8월1일 개방된 광화문 광장은 '세월호'와 '조국사태' 등 각종 정치이슈마다 집회가 쏟아졌고, 2016년 박근혜 정부 탄핵을 주도한 촛불집회로 정권교체의 기반을 다지며 참여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정치적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코로나19가 강타한 이후 광화문 광장은 대규모 집회가 중단됐지만, 여전히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치열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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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선봉 장소잖아요. 광화문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갈등과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사명감으로 광화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경찰기동대 소속 김병관(40) 순경은 지난해 경찰시험에 합격한 '늦깎이 경찰관'이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서른 여섯에 경찰이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김 순경은 매일 오전 미국대사관 앞을 지키며 시시때때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집회와 시위 현장에 동원된다. 보수단체가 주도한 지난해 10월3일 개천절 집회와 올해 광복절 집회가 가장 인상깊은 업무로 꼽았다.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만큼 '사람 구경'이 쏠쏠하다고 했다. 그는 "법과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헌법상 보장된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 만큼 제가 하는 업무는 막중하다"며 "광화문은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곳이지만 저에게도 정말 소중한 곳"이라고 전했다.


◆오늘도 목소리를 높인다 = 이날 오전 6시30분 해가 뜨지않은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뒤편에는 이미 상반된 주장이 맞서고 있었다. 민중민주당 소속 전미진(24·가명)씨는 미국 대사관을 향해 '주한미군 철거'라는 손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직장인이라 쉬는 시간마다 참여한다”면서 “한국이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독립이기 때문에 1135일째 24시간 시위 중”이라고 말했다. 불과 5m 떨어진 거리에선 자유연대의 백이삭(65)씨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동맹을 넘어 혈맹이란 생각에 211일째 (시위를) 하고 있다”면서 “좌파든 우파든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 누구나 광장에 나와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3대를 엮어 만든 방송장비 화면엔 실시간 시청자수가 ‘11명’이라고 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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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가 시작된 이날 세종로 충무공 동상 앞에도 백발의 어르신 7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주장하며 'TRUMP KEEP 2020'라고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이들은 "트럼프가 재선돼야 문재인(대통령)이 하야할수 있다"며 "가로세로연구소부터 보고오라"고 날카롭게 쏘아붙이기도 했다. 월남전 참전용사 손실경(71)씨도 같은 장소에서 "30년째 ‘월남참전 유공자 미지급 급여 배상’을 촉구 중”이라며 “매일 수천명의 참전자가 병원에서 치료받는데 다른 사람들은 평화롭게 사는 게 한편으론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점심시간 식당가로 향하는 직장인들은 손씨를 무심히 지나쳤다. 비슷한 시간 서울정부청사 앞에선 JT저축은행 노동조합은 이 회사의 사모펀드 매각을 반대하며 "노동자가 하나 되어 먹튀 자본 막아내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서울의 대표 관광명소, 누군가의 소소한 삶의 터전 = 서울은 이날 기온이 영하 1도까지 떨어지며 올가을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이른 아침부터 광화문 직장인들은 출근길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만난 공무원 김우영(52·가명)씨는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하는 삶이 고단해보였다. 코로나19로 오히려 야근이 잦아진 탓이다. 그는 "퇴근 후 체력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 영어강사 사만다(35)씨는 이른 새벽 크로스핏 학원으로 향했다. 한국말이 능숙한 그녀의 출근시간은 오후 3시지만 운동을 위해 오전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김밥 두 줄과 커피를 양손에 든 세무사시험 준비생 이모씨(23)씨는 학원으로 향했고, 광화문 인근 건강검진센터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윤재웅(28)씨는 출근 전 담배 한 개피를 태웠다.윤씨는 "코로나19로 여행을 다니지 못해 답답하다"며 "퇴근 후 작사·작곡을 공부하는 것이 인생의 낙"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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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은 그동안 외국인을 비롯한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소다. 전세계적인 감염병 유행으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겼지만,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에는 관광객들이 심심치않게 목격됐다. 터키항공사 승무원 에스트라(25)씨는 동료들과 함께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으며 "세종대왕은 지폐에서 본 인물"이라며 "경복궁 뒤로 보이는 산도 멋있다”고 활짝 웃었다. 이용엽(42·세종시)씨도 초등학생인 아들에게 '조선의 위대한 왕'과 집회를 통한 참여민주주의를 알려주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자신을 아마추어 사진작가라고 소개한 유재훈(가명.53세.분당거주)씨는 “본업은 엔지니어 회사 대표”라며 “볕이 좋고 날씨가 좋을 때 야외로 나와 사진을 찍는 게 취미”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덕수궁 처마와 단풍처럼 깊어가는 가을을 담고 있다”며 노트북을 켜고 광화문역 계단에 앉아있는 기자의 모습을 찍기도 했다.


◆코로나19, 무너진 상권 = 이날 점심식가를 마친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로 향하거나 건물 사이에서 흡연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선 드라마가 한창 촬영중이었고, 점심식사 마친 직장인들은 이를 구경하다 업무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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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인구는 넘쳤지만 광화문 광장 인근 상권은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초토화됐다.감염병 유행이 시작된 올해초부터 외국인 관광객은 전멸했고, 지난 8월 광복절 집회가 코로나19 재유행의 도화선이 되면서 상점들은 개점휴업 상황에 몰렸다. 경복궁역 한복 대여점을 운영하는 강진수(가명)씨는 이날 오후 3시 첫 손님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하루 20건 정도 대여가 이뤄졌는데 지금은 하루 1건이 될까 말까한다”며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광화문 광장 인근 오피스 밀집건물내 S분식도 하루평균 매출이 지난해 50만원에서 올해는 20만원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다. 이 분식점 사장은 "나라가 망하려나 보다"고 말했다. 세탁소를 운영 중인 한석진씨는 " 지난 30년간 최악"이라며 "먹고 살아야 하는데 세금만 많이 내고 세상이 말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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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일대 오피스빌딩은 '임대 안내문'이 붙은 공실상가가 적지않게 눈에 띄었다. 특히 관광객을 상대로 한 한복대여점은 올들어 10여곳이 문을 닫았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30년전 정치경제 중심이 광화문에 입성한 "코로나 때문에 경제적인 위축이 크다"며 "올해 두 번에 걸쳐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10~15% 내려주긴 했는데 국가 경제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김대현 인턴기자 kdh@asiae.co.kr
김성원 인턴기자 melody12147@asiae.co.kr
박준형 인턴기자 jhyung5@asiae.co.kr
이준형 인턴기자 gilson@asiae.co.kr
전근휘 인턴기자 ghw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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