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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우리가 남이가' 방탄 표결, 열린우리당 몰락의 불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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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후폭풍…한나라당보다 열린우리당에 정치적 타격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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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정당’을 표방했던 열린우리당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열린우리당은 한국 정치에서 여러 ‘기록’을 남기고 소멸됐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는 152석이라는, 당시만 해도 민주당 계열 정당 역사상 최고 성적표를 남겼던 정당.


그런 열린우리당이 단 한 번(제17대 총선)의 국회의원 선거만 치른 채 다음 총선에서는 투표용지에 이름이 빠질 것으로 예측한 이는 얼마나 될까.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17대 총선을 통해 증폭됐다가 급속히 식어 결국 소멸한 이유,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2004년 6월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사건이 몰락의 불씨로 이어졌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도대체 어떤 사건이기에 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열린우리당이 국민 외면을 받으며 결국 사라지고 말았을까. 우선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에서 선전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4년 4월 총선은 기존 정치질서에 맞서 변화와 쇄신, 개혁의 깃발을 내걸었던 정치세력에 대한 선택이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가결에 대해 국민적인 분노가 일었고 정치의 변화를 표방했던 열린우리당은 지역과 세대, 성별과 무관하게 지지를 받았다. 총선 막판 전통적 보수 지지층들이 뭉치면서 열린우리은 예상보다는 다소 낮은 152석을 얻었지만 한때는 200석에 가까운 의석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태풍급 비바람이 몰아치며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린 2019년 6월7일 빗방울에 맺힌 국회의사당의 모습이 거꾸로 비치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

태풍급 비바람이 몰아치며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린 2019년 6월7일 빗방울에 맺힌 국회의사당의 모습이 거꾸로 비치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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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의원들이 2004년 5월 말 제17대 국회의 공식 임기를 시작했을 때 국민적인 기대는 대단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뒤 기대는 싸늘하게 식었다.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가 문제였다. 박창달 의원은 대구 동구을 국회의원으로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국회의원은 범죄 혐의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되더라도 회기 중에는 수사기관이 마음대로 체포할 수 없다. 국회 동의 과정을 거쳐야 체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경우 부결시키는 게 관행처럼 이어졌다. 이러한 ‘제 식구 감싸기’ 관행, ‘우리가 남이가’ 관행은 대중이 정치인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개혁 정치를 표방한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했으니 ‘구태 정치’ 폐해를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한나라당은 박창달 의원을 엄호하는데 공을 들였다. 다만 한나라당 힘만으로는 박창달 의원 구하기에 성공할 수 없고 조력자가 필요했다. 열린우리당이 '우리가 남이가' 구호에 화답해야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처리가 임박하면 당사자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읍소 작업을 벌이는 게 일반적이다. 자신의 억울함을 소명하는 내용을 동료 의원들에게 전하며 구명 활동을 벌이는 것은 기본이다.


해당 의원의 출신 지역과 출신 학교, 각종 사회 인연 등을 토대로 “한 번 만 기회를 달라”고 읍소한다. 국회의원들은 위기에 빠진 대학 동기, 고향 친구의 이런 부탁에 마음이 흔들리고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결국 부결되는 게 기본 공식이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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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는 어땠을까. 찬성 121명, 반대 156명, 기권 5명, 무효 4명으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박창달 의원은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었다.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구명 작업을 주도한 한나라당이 아닌 열린우리당 쪽에 비난이 쏟아졌다. 체포동의안 부결을 선택한 156명 중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30여명에 이른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무기명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누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열린우리당 의원 일부가 ‘우리가 남이가’ 행태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자성의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았지만 국민의 실망을 다독이기는 역부족이었다. 뭔가 달라질 줄 알고 국회의원으로 뽑아줬더니 변한 게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사과 성명을 통해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민심은 이미 등을 돌린 뒤였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정기국회에서 이른바 4개 개혁 입법을 공언했지만 이것도 좌절됐다. 2004년 17대 국회 임기 첫해부터 개혁의 동력은 급격히 약화했고, 열린우리당은 결국 대중의 관심 대상에서 멀어졌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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