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리도 없이' 유아인 "가로막는 모든 틀에서 자유롭고 솔직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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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배우 유아인이 연기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포장 없이 꺼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소리도 없이'는 납치한 아이를 맡기고 죽어버린 의뢰인으로 인해 계획에도 없던 유괴범이 된 두 남자의 위태로운 이야기를 그린 영화. SF 단편영화 '서식지'로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홍의정 감독의 첫 장편 입봉작이다.


이날 유아인은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희망의 조각 같은 걸 느꼈다”라고 출연 배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유아인은 홍의정 감독을 향한 굳은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매 시대,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느꼈다”라며 “영화라는 언어로 자신을 꺼내 보이는 감독의 태도가 좋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지속해서 흥미롭게 가져가는 잠재력을 지닌 연출자가 등장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이번처럼 뒤로 빠져있고 감독을 앞장세우는 게 편한 작품이 없는 거 같다. 보통은 감독 뒤에 숨고 싶은데 이번에는 뒤에 있고 싶다”며 재차 신뢰를 표했다.


유아인과 홍의정 감독은 배우, 연출자의 관계를 넘어서 인간적 신뢰도 구축했다고. 유아인은 “시나리오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었는데 감독님을 만나 뵙고 정말 좋았다”며 “순수했고 모든 느낌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는 지점이 좋았다. 그러면서 조금도 기분 상하지 않게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 반했달까. 솔직한 상태로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사람이 좋다. 홍 감독도 그런 사람이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홍의정은 현장 촬영 시간 외에 가장 많이 연락을 나누고 유대를 쌓은 유일한 감독”이라고 치켜세웠다.


유아인은 영화에서 말없이 묵묵하게 범죄 조직의 뒷처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태인으로 분한다. 그는 어쩌다 맡은 의뢰로 계획에도 없던 범죄에 휘말린다. “딱히 어떻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명확하지 않아 만들어가는 기대가 클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태인은 뚜렷한 가치관이나 신념을 가진 인물은 아니라고 봤다. 가치의 기준이 모호했다.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생각이나 의지를 갖는 것을 모두 보류하고 사는 인물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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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이’는 무겁고 어두운 소재를 유니크한 미장센과 강렬한 캐릭터, 아이러니한 스토리로 그려낸다. 고유의 분위기는 유아인을 통해 완성됐다. “무분별한 듯이 늘어져 있지만 묘한 질서와 균형감을 이루고 있고 결국 감독의 새로운 세계라고 봤다. 불명확성의 명확성. 어떤 것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명확한 사실이다. 결국 선과 악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이 아닌가. 규정하고 판단하고 마침표 찍기 좋아하는 우리가 범하는 오류 같은 걸 모호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명확하게 끄집어내고. 불명확한 지점을 명확하게 가리키는 태도가 묘한 매력이다.”


유아인은 “모호함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나. 그래서 답을 구하고자 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지만 그래서 지양될 수밖에 없는 모호함을 기꺼이 고백하게 만든다고 봤다”고 주제를 역설했다.


신인감독과의 작업, 체중증량, 대사 없는 연기 등 새로운 시도로 배역을 완성한 유아인에 이유를 물으니 “확신을 가지고 도전하는 건 도전이 아니지 않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도전에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자신이 불안하기만 할 때는 오히려 더 안정적인 환경에 놓이길 원하지만, 이제는 조금 여유도 생긴 거 같다. 두세 작품 망해도 다음 작품이 있을 거니까.(웃음) 치열하게 성공만을 바라는 작품에 몰두하는 것보다 여유가 생겼을 때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는 게 가치가 있다고 본다.”


유아인은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아 근면 성실하게 일하는 태인의 생활 연기를 위해 삭발 투혼을 발휘했으며, 15kg의 체중 증량까지 외적인 변화를 꾀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완전히 민낯으로 촬영했다. 완전히 노메이크업으로 촬영했고 외모에 변화를 주면서 시각적 느낌을 달리 안길 수 있겠다고 봤다. 전형성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감독님도 그러한 시도를 흥미로워하며 반겨줬다. 감독님이 ‘제가 생각했던 태인이 아니에요. 더 좋았어요’라고 하는데 작은 안도감을 느꼈다.”


15kg 증량 후 유지가 어려웠다는 유아인은 “촬영하며 조금 빠지기는 했는데 잠 안 자고 야식을 많이 먹고 운동하며 유지하려 노력했다. 명확하게 다른 인물로 다가가길 바랐다”라며 “체중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할 줄 몰랐는데 많은 분이 새롭다고 느껴주셔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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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이’는 여러모로 유아인에 도전의 의미로 남게 됐다. 그는 “가장 고통스러운 건 강박을 떨쳐내는 일이었다. 일터에 나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오면 기분이 이상하다. 오늘 좀 질렀다는 느낌도 받고 싶은 게 배우들의 마음인데 거기에서 초탈하게 되는 현장이었다. 강한 의지를 통해 내려놓는 것도 지양하려 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순도 있게 내려놓고 싶었다”고 전했다.


유아인은 2003년 '성장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 17년 차 배우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물으니 뜻밖에 균형을 잡는 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해왔고 감사한 순간들을 맞이한 후에 그것을 지키는 것보다 어떻게 써먹을지 고민했다. 삶이 자유로워졌달까. 힘이 없을 때는 힘을 얻고 싶더니 얻으니 두려웠다. 이젠 그 힘을 나보다 힘이 필요한 사람에게 싣고 싶다. 그래야 균형이 맞지 않을까. 아마 힘이 사라지고 별 볼 일 없어지면 유명한 감독님을 찾아다니며 노력하지 않을까.(웃음)”


유아인은 ‘사도’(2015), ‘베테랑’(2016), ‘버닝’(2018)을 비롯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밀회’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부지런히 달려온 그에게 제법 여유도 읽힌다. 다양한 얼굴을 갈아입으며 다양한 매력으로 활약 중인 이유를 물었다.


“더 큰 자유를 위한 시도로 봐달라. 나를 가로막는 모든 틀에서 자유롭고 솔직해지고 싶은 마음이다. 이를 통해 자유에 대한 희망을 품길 바란다.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지만 혼자 하기에는 버거운 일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들어가고 싶다. 그런 작은 희망을 품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소리도 없이’는 10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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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AA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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