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비껴간 현택환 교수 "나는 축복받은 사람"
노벨 화학상 후보군에 이름 올린 자체로 의미
유룡, 박남규 교수도 언젠가 노벨상 받을 인물
올해는 '유전자가위' 佛·美 여성과학자가 수상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한국인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습니다. 앞으로는 노벨위원회나 세계 과학계가 우리를 더욱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현택환 서울대학교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 단장)는 7일 오후 7시께 수상자가 발표되자마자 가진 아시아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아쉽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인 노벨상 가능성 높아졌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원천 기술을 개발한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 병리학 교실에 재직 중인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버클리 교수에게 돌아갔다.
유력 후보였던 현 교수는 "우리도 언제든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수상자 발표가 있기 전 학교 강의를 시작하면서 방탕소년단(BTS)의 'Not Today(오늘은 아니야)'를 틀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수상 여부에 들뜨지 말고 차분하고 겸손하게 결과를 기다리자며 스스로를 다독였다는 설명이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수상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유력 후보에 선정되고, 수년이 지나서 노벨상을 받는 상황이 정착되고 있다"며 "저를 포함해 역대 후보로 꼽힌 유룡 카이스트 교수와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는 언제든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노 분야가 아니더라도 한국에는 훌륭한 학자들이 많다"며 동료인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를 언급했다. 현 교수는 "전세계에서 같은 세대 생물학자 중에 김 교수보다 나은 업적을 가진 학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 17명' 중 한 명이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바 있다.
한국인 노벨상 위해서는 연구자의 자율성 보장해야
현 교수는 한국 과학계가 노벨상에 한발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리서치 프리덤(연구 자유)'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노벨상을 받는 것은 체육 선수를 육성해 금메달을 따게 만드는 올림픽이 아니다"며 "연구자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고, 이를 꾸준히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규제나 법을 통해 과학자들을 옥죄면 창의력까지 줄어들 수 있으니,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과학적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제 방에 있는 연구자들에게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무조건 다 해보라'라고 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라'고 한다"라며 "연구 자유가 좋은 연구 결과를 낳는다"고 덧붙였다.
현 교수도 음파화학을 전공해 서울대 교수까지 됐지만 임용 후 나노과학에 도전해 20년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석학 자리에 올랐다. 그는 "리스크(위험성)가 큰 결정이었고 고생도 했지만, 고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새로운 도전을 했음에도 꾸준히 연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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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 교수는 이달 28일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리는 '2020 제9회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 기조연설에 나선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 과학계의 발전을 위한 리더십 등을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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