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들끓는 좀비기업, 정부의 선택은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를 소개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가장 큰 위험은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아니라 금융 위기 가능성(2년 내 일어날 확률 20%)이며, 이에 대한 우려가 기업 심리를 위축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금융 위기는 통상 신용 순환이 일으키는 붐-버스트(과열ㆍ파열) 과정에서 일어나지만 현재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 10년간 금융 시스템의 중추인 은행의 건전성 규제가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은행 건전성 규제는 자기계정(Prop) 거래를 위축시켜, 시장 조성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환매채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부작용이 일어났다. 비은행은 그대로 둔 채 은행에 강한 규제를 해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을 왜곡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 미국에서 인도네시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을 퍼부었다. 2008년 위기 당시 급전이 필요한 대기업을 상대로 큰 재미를 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전화 한 통 받은 적이 없다고 푸념했다. 유동성이 부족해 위기에 몰린 대기업은 찾기 어렵다.
대신 현금 흐름이 막힌 기업의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 일어나는 파산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팬데믹 이전 이미 글로벌 경기는 하강 추세를 보였고 기업의 부채는 늘어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중국(국내총생산(GDP) 대비 159%), 한국(105%), 미국(78%)의 비금융기업 부채는 21세기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Z-스코어를 고안한 에드워드 올트먼 교수는 그동안 유동성 지원으로 지연된 미국 기업의 대량 파산이 임박했다고 전망했다.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증가에 대응해 은행은 중앙은행의 초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와 관계없이 신용을 조일 수 있다. 이때 기업의 현금 흐름이 정상화되지 못하면 신용시장은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금융 불안은 가중된다.
최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한계기업(외부감사 대상 기업 약 2만3500개 중 3년 연속 이자 비용 대비 영업이익이 1 미만인 기업)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지난해 한계기업은 도ㆍ소매, 자동차, 전기ㆍ전자, 건설업에서 증가했으며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전체 기업 대비 14.8%)이다.
이 보고서는 올해 상반기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이 크게 줄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출 감소로 예상부도확률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한계기업의 비중은 21% 이상, 이들 기업의 여신 비중도 22% 이상으로 각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물경제 회복이 지연될 경우 금융 불안의 가능성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3월 독일 정부가 고용 안정을 위해 취한 기업 도산을 막는 조치가 유럽연합(EU)의 다른 회원국보다 우수한 거시경제 성과(실업ㆍ소비지출)를 보이게 했으나 대신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좀비기업을 양산했고, 이제 기업 6곳 중 한 곳꼴로 좀비가 될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안정의 대가로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신용ㆍ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은 은행의 부실을 막고 고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을지 모르나 한편으로는 기업 생태계를 교란해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근본 원인이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했다.
우리나라는 비록 직접적 피해는 크지 않지만 경제적 손실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서 드러나듯 한국 경제가 취약해진 상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았기 때문이다. 오늘과 미래의 안정이 상충할 때,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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