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한국, 중국, 일본의 실전무예를 집대성한 조선의 무예교범 '무예도보통지'는 임진왜란의 산물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왜군을 격파한 경험을 살린 명나라 장수 척계광의 맞춤형 병법서인 '기효신서'가 원조라 할 수 있다.


왜군의 침략에 속절없이 당한 선조는 명나라에 지원을 요청한다. 이여송 장군이 이끄는 명의 파견 군대는 기발한 전략으로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이에 놀란 선조는 이여송에게 그 연유를 물었다. 이여송은 '기효신서'의 전략을 활용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선조는 기기묘묘한 병법서를 보여달라고 요청하지만 이여송은 '군사기밀'을 핑계로 단호히 거절한다.

결국 선조는 유성룡 등을 시켜 치밀한 스파이 작전을 동원해 희대의 병법서를 확보하는데 성공한다. 이것이 조선 최초의 무예서인 '무예제보'를 탄생시켰고 결국 '무예도보통지'로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유성룡은 선조에게 훈련도감 설치를 건의해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총을 쏘는 포수(砲手), 창을 다루는 살수(殺手), 활을 쏘는 사수(射手)로 구성된 부대는 '기효신서'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이들 정예병사는 정해진 급료를 받았다. 지금의 모병제 형태였다.

사실 현재 우리 군은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용하고 있다. 사병은 징병제, 장교 등 간부는 모병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찬반 논란의 쟁점은 완전한 모병제의 도입 여부다. 따라서 지금의 혼용체제를 유연하게 확대시킨다면 전력약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그 가능성은 실제로 국방부의 '국방개혁 2.0' 계획에 담겨져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61만8000명의 상비병력이 2022년까지 50만명으로 줄어든다. 대신 첨단 정예병을 부사관과 유급지원병으로 확보해 전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징병된 일반병사는 복무기간을 줄여 단순한 보병의 임무로 국한시키고 전투기술병과를 모병 형태의 직업군인인 전문병사로 채운다는 전략이다. 따지고 보면 반(半)모병제나 다름없다.


모병제를 거론한 이유는 K-팝의 대명사가 된 방탄소년단(BTS)의 병역특례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노웅래 의원이 공개적으로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를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주장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공정'이라는 화두가 이미 사회현상이 된 마당에 뜨거운 찬반 논쟁은 불가피했다. 어차피 당장 답이 나올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잊을 만하면 방탄소년단의 병역 문제가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병역특례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탓이다.


방탄소년단 병역특례 논란의 해법은 유연하게 혼용시킨 부분적 모병제를 어떻게 확대시켜 도입하느냐가 관건이다. 모병제 도입은 부유층 자녀들이 합법의 탈을 쓰고 병역 의무를 회피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준다는 비난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부작용을 막기가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구절벽'의 시대를 맞는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모병제 도입을 외면할 수는 없다. 반드시 방탄소년단이 아니더라도 병역특례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분적 모병제 도입의 확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고리타분하게 모병제 논의의 출발을 군장병의 머릿수로만 따지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무인정찰기, 무인폭격기, 무인헬기, 전략무기용 드론 등 치명적인 첨단전략 무기를 다루는 정예 병사 서너 명이 한 개 사단을 대체할 수도 있다. 군사강대국들이 첨단무기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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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도감에서 훈련시킨 포수, 살수, 사수를 한양 인근에 거주시키면서 모병제 형태의 급료를 준 조선의 사례를 돌이켜보자. 결국은 첨단화된 정예병사가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핵심전력이다.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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