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책임 회피다."


7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는 '구글은 빠진 구글 국감'이 됐다. '애플리케이션 마켓 공룡' 구글이 지난달 말 구글플레이에 입점한 모든 앱 개발사를 대상으로 무려 30%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공식화한 데 따른 여파다. 1만원 결제 시 3000원을 통행세로 받겠다는 구글의 선언은 독과점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에 대한 자신감에 기인한다. "글로벌 기준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당당함에서는 자사의 수익성을 위해서라면 전체 생태계는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함마저 드러난다.

30%의 수수료를 버틸 수 있는 개발사는 극히 드물다. 앱 개발사의 생존은 물론 디지털 콘텐츠 종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는 배경이다. 구글의 갑질이 선을 넘어 전체 생태계를 말살시키고 있다는 울분 섞인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조차 "날강도 짓"이라는 비판이 잇따르지만 제동 장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구글 관계자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구글코리아의 대표이사인 낸시 메이블 워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핑계로 불참했다. 국회 과방위에서 추진해온 화상 연결도 불발됐다. "소통을 할 때는 당사자와 대화해야 하지 않느냐(허은아 의원)"는 지적처럼 구글 측의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다. 씁쓸하지만 "한국을 대상으로 한 기본적 서비스, 협업 자세가 돼 있지 않다(한준호 의원)"는 말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국 입법기관의 국감을 대하는 구글의 자세는 오만함 그 자체다. 앞서 조세 회피 논란에도, 망 사용료 논란에도 구글은 줄곧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심지어 국민은 최근 몇 년간 구글코리아의 진짜 대표를 국감 증언대에서 볼 수 없었다. 20대 국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존 리 사장은 한국 영업을 맡고 있다고는 하지만 법적으로는 등기이사도 아닌 직원에 불과하다. 당시 "본사 소관이라 잘 알지 못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그의 모습에 "녹음기를 틀어놨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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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를 불문하고 특정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악용해 전체 생태계에 해를 미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사악해지지 말라(Don't Be Evil)"던 구글의 초기 정신은 어디로 갔을까. 글로벌 대표기업답게 전체 생태계를 바라봐야 할 때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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