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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아이돌 육성·팬 관리 차별화한 그, 제2 BTS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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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빅히트 의장 겸 대표이사
"기획사·아이돌·팬은 공동체" 공정·공평으로 시스템 개선
아이돌과 목표의식·비전 공유…팬도 단순 팬덤 아닌 정당대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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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꿈이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입니다. 얼마 전 이 표현을 찾아냈는데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 같습니다." 방시혁(48)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이 지난해 모교인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한 말이다. 오늘날 자기를 만든 힘으로 '화(火)'를 꼽기도 했다. "앞으로의 여정에는 무수한 부조리와 몰상식이 존재한다. 여러분도 분노하고 맞서 싸우기를 당부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되고, 이 사회가 변화한다."


방 의장이 가리킨 폐단은 음악 산업의 악습, 불공정 거래 관행, 사회적 저평가 등이다. K팝 세계화의 1등 공신인 팬들을 '빠순이'로 비하하는 현상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는 원대한 혁명을 꿈꾸지 않았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했다. 2005년 빅히트를 설립하고 공정(公正)과 공평(公平)을 모토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금도 유효한 빅히트의 보존적 가치다.

빅히트는 연예기획사로서는 드물게 공동체를 강조한다. 회사 설명회 문구에 '공동체와 함께 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정도다. 방 의장은 지난달 방탄소년단 멤버 일곱 명에게 47만8695주를 균등하게 증여하기도 했다. 일부 기업이 아티스트와 이익공유를 시도한 적은 있었으나 지분까지 나눠준 사례는 없었다. 그는 음악인은 물론 고객이 느끼는 정서적 유대감을 중시한다. 그 결과 아이돌 그룹 육성 시스템의 차별화를 이뤄냈다.


빅히트 설립 초기만 해도 방 의장은 기존 아이돌 시스템을 그대로 따랐다. 연습생 육성에 엄격한 규칙을 적용했다. 데뷔시킨 뒤에는 무슨 노래를 어떤 의상을 입고 부를지 등 모두 기획했다. 무대 밖 사생활까지 관리해 위험 부담을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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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시스템이 K팝의 세계 진출에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양한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 그룹 소녀시대 출신 제시카(31ㆍ정수연)가 자전적 소설 '샤인'에 담았을 정도다.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는 "K팝 스타가 겪어야 하는 기나긴 연습 생활과 수많은 이들의 냉혹한 평가, 엄격한 규칙, 끝없는 시기와 질투, 오직 여자 스타라서 받는 부당한 대우 등을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빅히트는 기존 시스템으로 성공을 거둘 수 없었다. 규모가 훨씬 작았던 터라 한계에 자주 부딪혔다. 방 의장은 시스템 보완보다 본질적인 물음부터 던지고 답을 찾아갔다. 아이돌이 무엇이며, 이 사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등이다. 긴 고민 끝에 기존 육성 시스템을 최대한 수용하되 기획사와 아이돌을 동반 관계로 재설정했다.


실제로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영입부터 역할 분담까지 멤버들의 의견이 적극 수용돼 만들어졌다. 기획사와 아이돌이 비전을 공유하며 공통된 목표로 나아간 것. 방 의장은 멤버들의 사생활에도 자율성을 부여했다. 지난해 9월 연예기획사로는 이례적으로 한 달간 장기 휴가를 부여했다. 정신건강 관리 차원에서 전문 상담을 제공하는 등 멤버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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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한 관계에서 이뤄낸 성공은 재계약으로 이어졌다. 아이돌 그룹은 으레 계약 기간이 끝나면 해체 수순을 밟게 마련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7년 재계약을 맺으며 빅히트의 배려에 화답했다. 그들이 내세운 조건은 단 하나였다. 그동안 이뤄낸 성취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계속 인정해달라는 것이었다.


방 의장은 직원들의 전문 역량을 부각시켜 시너지 제고에 나서는 리더다. 지난 2월 빅히트 설명회에서도 각 사업 총괄 전문가들에게 해당 분야를 직접 소개하도록 했다. 방탄소년단을 테마로 한 드라마, 그래픽 리릭스(Graphic Lyrics), 캐릭터 게임, 한국어 교육 콘텐츠 등의 론칭이다.


방 의장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위닝 포뮬러(Winning Formulaㆍ성공 공식)'가 산업 표준이 되면 팬들은 고객으로서 정당하게 대우받고, 아티스트들은 행복하게 자신들의 꿈과 재능을 펼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개발한 고객 동선 개선, 구매 방식 다변화, 상품 기획ㆍ제조, 원스톱 물류 제공 IP, 공연 연출 총괄 등을 향후 운영의 핵심으로 본 것이다. 이를 자사 멀티 레이블 아티스트들에게 적용해 또 다른 성공 사례를 만들고자 한다.


복안의 중심에는 여전히 팬이 자리잡고 있다. 빅히트는 팬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데 애써왔다. 지난해 10월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대기 줄을 없앤 게 대표적인 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티케팅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콘서트장 주변에 다양한 볼거리도 배치해 기다리는 시간을 즐기는 시간으로 바꿔놓았다. 팬들을 단순한 팬덤이 아니라 고객으로 본 것이다.


편주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콘서트 이후 발표한 보고서 '방탄소년단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 2019 서울 파이널 공연'에서 방탄소년단이 사흘간 콘서트로 낸 직간접적 경제 효과를 9229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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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한 아이돌 그룹 육성과 팬 관리는 방탄소년단이 세계로 뻗어가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방 의장은 이것이 우연은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또 다른 글로벌 그룹 양성에 주력한다. 성공 여부를 당장 알 순 없지만, 긍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가 방탄소년단을 육성하면서 뚜렷한 방향성을 정립한 까닭이다. 방 의장도 자신 있는 눈치다.


"최근에야 지금까지 빅히트가 도전해왔던 새로운 방식을 통해 올바른 길을 찾아 가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에도 얼마든지 우리의 새로운 전략들을 적용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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