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살기 좋은 나라 17위...청년은 '글쎄'
韓 살기 좋은 나라 '17위'...2014년 이후 최고 순위
청년들 "취업난·주거난, 힘들다…미래 안보여" 한숨
전문가 "현재 20대 코로나로 제일 타격...정부와 사회 도움 필요"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한국이 세계에서 '살기 좋은 나라' 17위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청년 고통은 날로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산업 전반이 충격을 받으면서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중단해 기회조차 갖지 못한 청년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계속되는 취업난, 집값 상승 등으로 인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청년층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 딜로이트그룹이 지난 15일 미국 사회발전조사기구의 '2020 사회발전지수(SPI·Social Progress Index)' 조사 결과를 인용해 발표한 것에 따르면, 한국이 89.06점(100점 만점)으로 163개국 가운데 '살기 좋은 나라' 17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3위에 올랐던 것에 이어 6계단 상승한 수치다.
SPI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등 경제적 요소를 제외한 12개 세부항목으로 평가한다. 한국은 기본적 인간의 욕구 부문에서 △영양 및 의료 지원 19위 △물과 위생 22위 △주거환경 32위 △개인안전 5위로 평가받았다.
웰빙 부문에서는 △기초지식에 대한 접근성 26위 △정보통신 접근성 1위 △건강과 복지 5위 △환경의 질 80위를 기록했으며, 기회 부문에서의 성적은 △개인의 권리 25위 △개인의 자유와 선택 30위 △포용성 39위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성 3위다. 정보통신 접근성과 건강·복지, 고등교육 등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셈이다.
청와대는 "유의미하다"라고 평가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6일 오후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해당 조사에 대해 "살기 좋은 나라 17위의 성적표"라며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재확산으로 국민들께서 많이 힘드시지만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보다 더 살기 좋은 나라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던 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 같은 결과와는 다르게 청년들의 한숨은 날로 깊어져 가고 있다. 고용불안 심화로 인한 취업난, 집값 상승으로 인한 내 집 마련 꿈 포기 등이 주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청년층은 아예 일자리를 가진 적이 없어 실직 위기에 놓이거나 실직할 경우 받는 고용유지지원금이나 실업급여 등 각종 혜택 지원 대상이 아니다. 이로 인해 청년층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여파와 맞물려 취업난은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2020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미취업자는 166만 명으로 전년 동월(154만1000명) 대비 7.7% 증가했다.
기업들의 채용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6일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실시한 결과, 대기업의 74.2%는 올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취업난과 더불어 주거 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서울(0.01%)은 지난주와 동일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초고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남 지역에서는 서초·송파구가 보합을 유지하고 있고, 강남구와 강동구는 각각 0.01%의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이번 주에도 0.09%의 상승폭을 보이며 64주째 상승 중이다.
참여연대는 집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청년들을 언급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지난 6월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는 올해 신년사에서 취임 이전 수준으로 집값을 나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 3년간 50% 이상 폭등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일자리 소득 감소로 서민과 청년들이 고통에 시달리는 가운데, 더욱 마련하기 어려워진 전·월세 보증금은 청년들의 결혼까지 막는 장벽이 됐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청년들은 구직난, 주거난 등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여 사는 게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박모(27) 씨는 "이제 내 나이도 20대 중반을 넘어섰는데 미래가 안 보인다. 사람들은 우리나라 정도면 살기 좋은 나라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데 취직도 안 되는 지금 좋은 생각이 들 리가 있나"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작은 회사 들어가기도 힘들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살고 있지만, 이것도 언제 잘릴지 몰라 밤에 잠도 안 온다"며 "알바 월급으로 월세 감당하랴, 각종 공과금 내랴. 의욕도 사라진 지 오래다. 쳇바퀴 굴러가는 삶에 지쳐버렸다"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부모님이나 가까운 친인척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청년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는 현재 2030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는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으므로 복지제도 다양화 등 정부와 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김현수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인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YTN 라디오 '생생경제'에서 '청년들을 위한 복지제도는 없다'는 주제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취업난 등은 청년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많이 실업을 경험하고 있는 게 현재 20대이다"며 "지금 비정규직이나 불안정 일자리 중심으로 청년 세대의 실업률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는데 그때 사회마저 본인을 제외한다고 느끼면 자기가 이 사회에 소속되지 못한 사람인가라는 고립감으로 이어져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극단적 선택 시도와 같은 심각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주거 위기', '금융 위기', '심리적인 위기' 등 여러 위기 중에서 주거 위기의 영향이 컸다"며 "월세도 내지 못할 처지에 '아파트값이 어떻다', '20대 중에서 돈 있는 친구들은 부모 덕분에 집을 한 채 어떻게 하고 있다' 등 얘기를 들을 때 출발선이 다르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절망감이 20대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연차 내고 프로필에 '파업', "삼성 망한 듯"… 내...
그러면서 "사회 첫발을 내디딜 때 차이가 대단히 크다는 것을 이런 경험 속에서 청년들이 많이 느끼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 있는 여러 사회적인 상황을 사회가 줄여야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20대 때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사회가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