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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에 쏟아지는 중고품, 어디다 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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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업체 일감 늘었지만 재판매 못해 재고만 쌓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 여파로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늘고 있는 14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용품이 쌓여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 여파로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늘고 있는 14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용품이 쌓여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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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시에서 3년간 공방을 운영하던 최윤식(가명)씨는 최근 사업을 접기로 했다. 점포에 있던 수십대의 기계와 공구는 기존 가격의 절반 값으로 중고로 처분하고 있다. 최씨의 공방은 올 초부터 매출이 계속 줄어 매달 40만원인 월세도 더 이상 내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과거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최씨는 지난해 장기간 해외체류 등으로 공방 문을 7개월 밖에 열지 못했지만 혼자 일하면서도 연말까지 8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모든 것을 바꿔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공방의 수입원 중 하나였던 교육사업이 모두 취소돼 타격이 컸다. 실내 원목 인테리어와 가구 주문 제작 등으로 버텨왔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매출 급감으로 사업을 포기하고 점포에서 사용하던 장비ㆍ재고 등 자산을 처분하는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폐업 점포들이 쏟아내는 중고품이 시장에 넘치고 이를 처분하는 철거업체의 어려움도 커졌다.

수도권에서 생활용품 매장을 운영하다 가게 문을 닫기로 한 박호성(가명)씨는 "남아 있는 재고 처리도 골치거리"라고 했다. 울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오민주(가명)씨는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눈물의 철거'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점포 철거를 의뢰한 오씨는 "코로나19 여파를 견디지 못해 가게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권리금도 안받고 장비와 비품을 그대로 넘길 예정이었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수개월간 매출 감소로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보증금이라도 받고 빨리 가게를 정리해야만 했고, 결국 비용 부담에도 점포 철거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 철거업체 대표는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점포 철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일주일에 최소 3건 이상 문의가 오는데 커피숍, 음식점, 소규모 학원 등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업종마다 다르지만 점포 철거비로 ㎡당 5만~10만원 이상 견적을 내는데 철거비가 없어 실행하지 못하는 소상공인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폐업이 늘어 점포 철거가 잇따르면 철거업체 일감이 늘어 수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금 코로나19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철거업체들 얘기다. 폐업 점포의 중고 자산 처분 물량이 급증하면서 철거업체가 매입하는 가격은 상대적으로 떨어졌지만 마찬가지로 재판매로 수익을 올리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업소용 중고 가구를 매입하는 업력 8년의 철거업체 A사는 올해 처음으로 적자를 봤다. 물류창고 월세 260만원, 직원 2명의 월급까지 나가야될 돈이 매월 수백만원인데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 금액만 5000만원 어치에 달한다. 이 업체 대표는 "중고 가구를 싸게 매입했는데 다시 되팔수 있는 수요처가 크게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예년 같으면 매입한 뒤 물류창고에 보관한 중고 가구들이 재판매되고 창고가 비워지면 다시 물건을 매입해 채우는 등 물량 회전이 빠르게 이뤄졌는데 지금은 재판매는 물론 재고 처리도 쉽지 않다"고 했다.


A사처럼 점포 철거를 통해 중고 가구를 매입하는 업체의 경우 새로 가게를 오픈하는 (예비)창업자가 많거나 기존 점포의 영업 활성화 등으로 중고 가구 수요가 증가해야 재판매를 통해 수익이 창출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창업 시장도 빙하기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달 발표한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96.4%가 '재확산 이후 소상공인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사업장의 월 기준 피해액을 추정하면 '5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이 31.3%로 가장 높았다. 향후 사업장 운영 전망으로는 '폐업을 고려할 것 같음'(50.6%), '폐업상태일 것 같음'(22.2%) 등으로 조사됐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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