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다시 밝혀진 불야성…북적인 유흥가, 코로나19 방역은 '전무'
강남역·홍대·을지로 등 서울 주요 유흥가 혼잡한 모습
실내는 물론 야외에 설치된 테이블까지 시민들 '빼곡'
땅바닥에 침 뱉고, 어깨동무에 포옹까지
거리두기·마스크 등 정부 방역 지침 무색
14일 오후 10시께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술을 마시는 시민들로 가득 찬 모습. 이들 중 대부분은 마스크를 반쯤 내리거나 아예 쓰지 않은 채 음주를 즐기고 있었다. 사진=이정윤 기자 leejuyoo@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이정윤 기자] 14일 오후 10시께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술집들이 설치한 야외테이블은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오랜만의 술자리에 들뜬 표정의 시민들은 테이블마다 빼곡하게 들어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며 옆사람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시민들 간의 거리는 1m가 채 되지 않았고, 이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반쯤 내린 상태였다. 직장인 김모(43)씨는 "날씨도 선선하고 이제 술을 마실 수 있다고 해 직장 동료들과 오랜만에 한잔 하러 왔다"면서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2단계로 완화된 첫날, 서울 주요 유흥가들은 쏟아져 나온 시민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정부의 당부도 무색했다.
정부는 앞서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수도권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하향해 앞으로 2주간 2단계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대 초반을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다소 주춤한 데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소재 모든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에 적용됐던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포장과 배달만 허용' 제한도 해제됐다.
14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남구의 한 술집. 실내는 물론 야외테이블까지 술을 마시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들 중 대부분은 마스크를 반쯤 내리거나 아예 쓰지 않은 채 음주를 즐기고 있었다. 사진=이정윤 기자 leejuyoo@
원본보기 아이콘완화 첫날 서울지역 주요 유흥가들은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식당이나 술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진 표정이었다. 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평소 유동인구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지만 오늘부터 술집 영업을 재개한다는 소식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고 있다”면서 “2주 동안 영업을 못해 타격이 컸는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사람들이 몰리면서 집단 감염의 위험성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정부는 제한조치를 조정하면서 ▲매장 내 이용자 간 이격거리 확보를 위한 좌석 띄어 앉기 ▲매장 좌석 내 이용인원 제한 ▲마스크 착용 등을 선제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이를 준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실제로 오후 11시께 찾은 강남역 인근 한 술집. 실내는 물론 야외에 마련된 10여개의 테이블은 시민들로 가득했다. 그나마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술을 마시는 시민들 가운데 거리 유지나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이는 볼 수 없었다. 직원 B씨는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 두기가 지침에 있긴 하지만, 손님들에게 일일이 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그나마 QR코드나 방문자 명부 작성에는 별 불만 없이 응해주고 있어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14일 오후 10시께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술집이 시민들로 가득 찬 모습. 이들 중 대부분은 마스크를 반쯤 내리거나 아예 쓰지 않은 채 음주를 즐기고 있었다. 사진=이정윤 기자 leejuyoo@
원본보기 아이콘같은 시각 마포구 서교동의 포장마차형 술집도 마찬가지. 평소에도 젊은 남녀들이 자주 찾는 탓에 대기 시간이 1시간 넘게 걸리는 이 술집은 오랜만에 늦은 시각까지 음주를 즐기려는 이들로 넘쳐났다. 이곳 역시 입구에서 방문자 명부를 작성해야 했지만, 신분증 대조 등 별도의 확인 절차는 없었다. 허위로 작성하더라도 이를 거를 장치는 전무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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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던 시민 중 일부는 마스크는 테이블에 놔둔 채 밖으로 나와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며 땅바닥에 침을 뱉어댔다. 술에 취한 이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거나 껴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2주 만에 찾아온 자유에 코로나19를 걱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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