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훈의 돛단Book]혼돈과 불안의 시대 감정 다스리는 법
마크 브래킷 著 '감정의 발견'
"거, 마스크 좀 끼쇼!" "네가 뭔데 잔소리야!" 지하철 안, 마스크 착용 여부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진다. 잔소리를 들은 사내는 연신 씩씩대다 결국 상대방에게 이단 옆차기까지 날린다. 가까스로 피한 상대방이 벌떡 일어나 주먹을 쥔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이가 무표정하게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생중계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현실에서 풀지 못한 감정의 분비물 배출에 급급하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가 만연한 오늘날, 감정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이들이 빚어낸 '웃픈' 사례다.
어린 시절 젓가락질을 배우듯 감정도 제대로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많은 이가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조차 몰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지난해 발표된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근심ㆍ분노ㆍ슬픔 같은 부정적 감정이 2010~2018년 무려 27% 증가했다.
20년 동안 감정과 감성지능을 연구해온 미국 예일대학 감성지능센터장 마크 브래킷 교수는 저서 '감정의 발견'에서 "왜 우리는 감정을 숨기려고 애쓸까"라는 질문부터 던진다. 인간관계에 불편함을 초래할까봐, 상대방이 얕잡아 볼까봐 숨긴다. 숨기고 살다 보니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게 버거워진다. 감정을 유발하는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짚어내지 못한다. 타인이 넌지시 내보이는 미세한 감정을 알아채는 능력도 둔해진다.
결과는 참담하다. 밖에선 자상한 사람이 집에선 포악한 '방구석 여포'가 되고, 폭식증 같은 섭식 질환을 앓기도 한다. 더 무서운 것은 아이들이 이런 어른들에게서 감정 다루는 법을 배운다는 점이다. 저자는 "거대한 위기에 맞닥뜨렸다"며 "가장 큰 희생자는 우리 아이들이 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저자는 감정과 감성능력을 공부하는 '감정과학자'가 됐다. 계기는 어린 시절에서 비롯됐다. 그는 어린 시절 급우로부터 괴롭힘당하고 이웃집 남자로부터 성적 학대까지 받은 사실을 책에서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그의 부모는 감정 다루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부모는 가족에게 고함지르는 어린 자식의 이상행동에 맞고함지르거나 매를 들었다.
저자는 "부모님에게 내 감정을 절대 표현해선 안 된다"는 교훈만 얻었다고 말한다. 그를 구원해준 건 마빈 삼촌이었다. 삼촌은 "마크, 기분이 어때?"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저자는 이렇게 사소한 질문이 자기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삼촌이 진심으로 저자의 감정을 궁금하게 생각하고 이해하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감정을 이해하고 다스리기 위한 최적의 코스 개발에 나섰다. 이른바 '룰러(RULER)' 기법이다. 미국 뉴욕의 공립학교 4분의 1이 룰러 기법으로 학생들에게 감정교육을 시행한다. 룰러 기법이란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Recognizing) ▲정확하게 이해하며(Understanding) ▲구체적 이름까지 붙인(Labeling) 뒤 이를 ▲솔직하게 표현하고(Expressing) ▲건전하면서 건강한 방식으로 조절(Regulating)하는 5단계 개념이다.
무드미터(mood meter)라는 보조 수단이 감정에 대해 인지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무드미터는 쾌적함의 높고 낮음, 활력의 높고 낮음에 따라 4분위 좌표에서 총 100가지의 감정표현 단어를 늘어놓은 것이다. 자기 감정이 좌표의 어디쯤 있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맨 앞의 3단계, 다시 말해 감정이 비롯된 원인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명명하는 것은 '사고기술'의 영역에 속한다. 어쩌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감정의 원인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감정을 어떻게 드러내고 활용할지 결정하는 '행동기술'이 필요하다. 저자는 행동기술을 단련하기 위한 실질적 훈련법도 제시한다. 마음 챙김 호흡, 주의 돌리기, '메타 모먼트' 전략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정면 돌파'만이 답은 아니다. 때로 감정이 북받치면 잠시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것으로 화제를 돌려도 괜찮다.
이 중에서 특히 자기가 처한 현 상황에 대해 잠시 관망해보는 메타 모먼트 전략이 흥미롭다. 자기가 다다를 수 있는 '최고의 자아'라면 이 순간을 어떻게 제어했을까 생각해보는 게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감정활용능력, 즉 감성지능은 건강ㆍ창의성ㆍ사회성 등 인생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가정과 학교에서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 역시 감성능력을 키워야 한다. 미국인 교사 5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이들이 날마다 느끼는 감정의 70%가 좌절ㆍ피로ㆍ스트레스 같은 부정적인 것이었다.
저자는 감성능력이 '우리 내면에 숨은 잠재력을 푸는 열쇠'라고 말한다. 그는 감성능력의 개발로 지금보다 발전한 사회와 문화를 이루자고 설득한다. 이른바 '감정혁명'을 이루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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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혁명이 성공한 세상에서는 인종차별로부터 비롯된 폭발적 분노, 갑을관계로부터 비롯된 감정노동도 사라진다. 이런 세상이라면 글머리에 언급한 지하철 난투극도 훈훈한 화해로 마무리될지 모르겠다.
(감정의 발견/마크 브래킷 지음/임지연 옮김/북라이프/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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