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체국 갈 일이 종종 생긴다. 주로 중요한 서류를 등기우편으로 보내는 경우다. 가끔은 우체국 택배로 오는 상품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메일이나 민간택배 회사를 이용한다. 그래도 우체국은 국가가 운영한다는 점에서 믿음이 가는 것은 물론 요금도 저렴해서 좋다. 어린 시절 손편지나 우표 수집 같은 추억도 아련하다.
그런데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우체국의 역할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카카오 등을 통한 모바일 전자고지가 시행되면서 공과금 고지 우편 물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체국이 없는 지역에 우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세워진 별정우체국의 국장 세습, 친인척 채용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사상 초유의 집배원 총파업이 발생했고 과중한 업무로 인한 집배원 사망 사건도 발생했다. 한편 재난 상황에서 국가 역할이 강조되는 가운데 마스크 판매, 라돈 침대 수거, 재해 지역 지원 등 우체국의 공적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이처럼 우정사업은 정부 정책이나 민간과의 경쟁으로 수익은 줄고 있는데 공적 의무 수행에 대한 기대는 높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동안 정부는 이런 문제에 대응해 정원 감축, 우체국 통폐합 등 인력과 시설을 축소하는 비용절감형 대응을 해왔는데 그 결과 오히려 노인·장애인 및 농어촌 인구의 우체국 접근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요금 인상이나 구조조정 등 경영효율화를 위한 노력이 우정 서비스의 공공성과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통상 우편의 경우 2010년 44억통에서 2018년 30억4000만통으로 30.9% 감소하고, 국내 택배시장에서 우체국 택배의 물량 비중은 2012년 8.9%에서 2018년 8.4%로 줄었다. 이에 따른 경영수지 적자는 2011년 439억원에서 2019년 1115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사실상 적자개선이 어려워 보인다. 이제 우정사업 전반의 원칙과 방향을 재설정할 시점이다.
우선 보편적 서비스로서 공공성 유지를 우정사업의 제1원칙으로 고려해야 한다. 보편적 서비스는 모든 이용자에 대해 영역 내의 모든 지역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요금과 일정한 품질을 가진 서비스다. 원래도 우정사업은 도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민간기업과 달리 전국적인 읍면동까지 네트워크를 구축해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소외된 사각지역에 있는 국민에게 국가 차원의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동안 정부는 우정사업에 대해 공익사업으로서 독립채산제를 강조하면서 효율성과 공공성의 조화를 추구해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이른 효율성이나 시장 논리 대신 보편적 서비스 제공이라는 공공성을 우선적 원칙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부적으로 경영혁신을 통해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하겠지만 요금인상 등 국민에 대한 부담 증가나 서비스 축소로 적자를 메우려는 계획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 방향으로 우선 적자 우체국 유지에 따른 경영손실에 대해서는 일반회계로부터 지원받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우편 사업은 특별회계로 자체 수입으로 지출을 충당하게 돼 있다. 특별회계는 세출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자체 수입만으로 그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데 우편 사업의 현실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조직과 관련해 현재 우정사업은 정부 부처 산하 사업본부로 운영되고 있고 1급 상당 공무원이 본부장으로 있다. 보편적 서비스로 우정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한편 자체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 역량을 높이기 위해 외청으로 승격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884년 우정총국 설치 이래 가장 오래된 공공서비스인 우정 서비스가 국민의 믿음과 사랑을 받는 보편적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역할을 강화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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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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