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주자인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면 그는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1942년생인 바이든 후보의 나이는 77세. 대선 레이스에서 추격하는 입장이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4세이다. 불과 몇 살 차이에 불과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바이든의 고령을 걸고넘어진다. 바이든 후보가 만약 11월 대선을 거머쥘 경우 임기 중 그의 나이는 80세를 넘는다. 재선에 성공해 임기를 마치면 80대 중반이다.

새삼 미국 대선 주자들의 나이 타령을 한 것은 '김종인 대망론'의 불씨가 느닷없이 지펴진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수장이 된 이낙연 대표는 1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회동을 앞두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던졌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대망론 질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차기 대선 주자로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대세였다. 김 위원장 스스로도 고령의 나이를 들어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1940년생인 그는 올해 우리 나이로 80세. 그래서 김 위원장의 역할은 통합당의 '킹 메이커'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 대표가 노정객의 대망론을 끄집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형식적으로 보면 '화답'의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 당에 대권 주자가 누가 있나"고 반문하면서 "정치판에 주자는 현재 이낙연 의원뿐"이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이 대표는 당 대표에 당선될 경우 김 위원장을 먼저 찾아 인사를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과의 오랜 인연이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날 상견례 자리에서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두 사람은 미리 약속이나 한 듯이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과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사실상 합의를 했다. 양당의 협치 가능성도 활짝 열어놓았다.


그렇다면 여야 협치의 길을 트기 위해 이 대표가 대망론을 부추겼을까. 아닐 것이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과 함의를 담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가 대권 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근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먼저 넘어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낙연-김종인 회동'에서 지원금 선별 지급에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 그렇다. 반면 이 지사는 전국민 대상의 지원금 지급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입장이다. 절묘한 지점이다. 얼핏 보면 여야 협치 차원에서 목소리를 같이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지사를 향한 우회 공세로도 여길 수 있다. 정치란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카로운 송곳을 감추기 일쑤다.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묵직한 타격감을 줄 수 있어서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통해 여야 협치의 물꼬를 트는 첫 성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또한 황량한 들판에서 고독한 싸움을 하는 듯한 이 지사와 궤를 달리한다. 그러면서 차기 대선의 대항마가 김 위원장이 될 수 있다는 언질을 던졌다. 이미 대망론을 등에 업은 이 대표가 여야 진영의 '대망론 대 대망론' 구도를 잡으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야권에서 뚜렷한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김종인 대망론은 얼마든지 회자될 여지가 크다. 고령의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면 나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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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듯 들린 이 대표의 김종인 대망론 발언을 점점 곱씹게 만드는 정황이다. 그래서 정치는 살아 있는 생명이라고 하던가.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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