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 코로나19 시대, 노인이 느끼는 공포 담았다
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 내달 공근혜갤러리서 전시회
자신의 경험 담아 작품 완성 "미지의 두려움 바라보길 원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거대한 미지의 것에 의해 전복 당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갑자기 알게 된 한 노인의 하루를 그렸다. 노인이 느낀 두려움을 바라보길 원한다."
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61)는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만우절 2020(April fool 2020)' 전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만우절 2020'은 다음달 2일부터 서울 종로구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다. 10여 점의 사진과 20분 분량의 3개 패널로 이뤄진 비디오 영상 작품이 전시된다.
사진에는 작가 자신이 등장한다. 올라프는 하얀 위생 장갑에 얼굴 전체를 뒤덮는 하얀 마스크, 고깔 모자까지 쓴 광대의 모습이다. 우스꽝스럽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어 오히려 두려움이 느껴진다.
사진 속 올라프는 텅 빈 주차장에서 카트를 끌고 슈퍼마켓에 장 보러 간다. 사재기로 텅 비어버린 상품 진열대 앞에서 절망과 공포를 느끼고 텅 빈 암스테르담의 공원 벤치에 어깨가 축 늘어진 채 쓸쓸히 홀로 앉아 있다. 집에 돌아와선 홀로 무기력하게 창 밖으로 텅 빈 거리를 바라볼 뿐이다. 이런 작가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대변한다.
그는 슈퍼마켓에서 쇼핑 목록의 절반 이상조차 살 수 없었던 경험으로 이번 작업들을 완성했다. 이번 전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속 올라프 자신의 자화상이며 감정의 기록인 셈이다. 그가 선천성 폐질환을 앓고 있기에 코로나19가 주는 두려움은 남들보다 컸을 것이다.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후 첫 주 동안 미지의 것에 대한 전례 없는 두려움으로 말 그대로 거의 마비가 된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모두 벽 뒤에 숨어버렸고 전화를 걸어도 대답이 없었다."
전시 제목은 코로나19 사태가 만우절의 장난처럼 거짓말이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을 나타낸다.
올라프는 다행히 지위나 배경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다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미래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자극을 주는 것 같다. 유대감과 우정이 다시 단단해졌다."
그는 현재 다음 시리즈 준비작업으로 바쁘다. 자연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작업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간은 우리를 둘러 싸고 있는 모든 자연에 점점 더 거만 해지고 적대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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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는 네덜란드 중서부 노르트홀란트주 힐베르쉼 출신의 세계적 사진작가다. 1988년 젊은 유럽 사진작가 상을 수상하고 지난해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황금사자 기사작위 훈장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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