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청계공구상가·고양가구단지 가보니
“주문 끊긴지 반년, 대출금으로 버텼는데 재확산이라니”
대출금도 바닥…다시 늘어난 확진자에 절망하는 소상공인들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어 살 길 막막”
“혹시 감염될까 손님 오는 게 무섭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소상공인 밀집지역에 불황이 이어진 21일 서울 중구 청계천 공구상가 일대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소상공인 밀집지역에 불황이 이어진 21일 서울 중구 청계천 공구상가 일대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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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김희윤 기자] "매출은 커녕 빚만 쌓여가는데 임대료와 인건비는 매달 지출해야 하니 생계유지가 힘든 지경까지 왔다"


서울 중구 청계공구상가 상인 A씨의 하소연이다. 지난 20일 낮 2시, 예전 같으면 택배 상하차로 시끌벅적했을 청계공구상가 거리는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여기저기 덩그러니 놓여있는 빈 화물 손수레들이 일감없어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는 상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하다. 직접 영업을 나가 나날이 쌓여가는 재고를 하나라도 더 팔아보려 하지만 대면 접촉 기피로 만나주는 사람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소상공인 밀집지역이 날벼락을 맞았다. 그동안 대출금 등으로 버텨온 이들의 체력은 사태의 장기화로 이제 밑바닥까지 드러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소상공인 밀집지역에 불황이 이어진 21일 서울 중구 청계천 공구상가 일대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소상공인 밀집지역에 불황이 이어진 21일 서울 중구 청계천 공구상가 일대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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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최근 직원 5명 중 2명을 내보내야 했다. A씨는 "국내외 수요가 모두 끊겨 주문 자체가 없어진지 벌써 반년이 다 됐다"며 "국내외 매출 비중이 반반인데, 내수는 수요가 없으니 먹통이고, 해외로 보냈던 물건들은 그 나라에서 빗장을 걸어잠그는 통에 들어가지 못하고 반품돼 환불할 일만 남았다"고 털어놨다.이어 그는 "해외 수출 물량이 끊기면서 수출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분의 1로 줄었다"며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고, 더 심각해지기만 하니 앞으로 살 길이 더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공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홍영표 한국산업용재협회 서울 지회장은 "청계공구상가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70년간을 영업하신 어르신도 최근 매출부진에 울며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셨다"며 "서울시와 중구청이 청계천 인근 상가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공구상가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였는데, 코로나마저 덮치면서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접착제 등을 판매하는 B공구업체 주인은 "IMF때보다 훨씬 힘들다"며 "모두 전문기술을 익힌 소상공인들이라 이제와서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나기도 어려우니 폐업조차 쉽지 않다"고 한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21일 경기 고양가구단지에 점포 정리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21일 경기 고양가구단지에 점포 정리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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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에 위치한 고양가구단지의 모습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00년대 초만 해도 200여개 점포가 넘는 대형 가구단지였지만 지금은 3개 단지로 흩어져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데 코로나19가 치명타를 안겼다.

21개 점포가 모여 있는 2단지 주차장은 대부분 텅비어 있었다. 18년째 가구점을 운영 중인 C씨는 "하루 손님이 한두 팀 될까 말까 한 수준"이라며 "주변 지역 확진자 알림 문자가 오면 그날부터 손님이 뚝 끊긴다"고 푸념했다.


10년째 가구점을 운영하는 D씨는 "소상공인 대출 1000만원에 신용대출 3500만원 받은 걸로 연명하며 간신히 버텼는데 돈도 거의 떨어져 간다"며 "매출은 70%나 떨어졌고, 부부가 매장 화장실에서 밥지어 먹으며 생활하는 형편인데 코로나 재확산 뉴스를 보니 진짜 막막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21일 경기 고양가구단지가 한산한 모습이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21일 경기 고양가구단지가 한산한 모습이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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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찾은 한 가구점에 손님이 찾아왔지만 5분도 안돼 둘러만 보고 나갔다. 20년째 이곳에서 가구점은 운영해온 E씨는 "코로나 확산 때문에 손님이 오는 것도 무섭고, 또 안 오면 굶어죽으니 답답하다"며 "우리 단지는 혼수품 찾는 손님보다 사무용 가구나 이사하면서 가구를 바꾸는 40~50대 손님 비율이 높은데 요즘은 이사 수요도 없고, 가구 바꾸는 사람도 거의 없는 형편이다.거기에 코로나까지 겹쳐 상황이 점점 악화돼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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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단지에서 만난 경승기 고양가구단지협의회장은 "1995년 고양가구공단에 입주해 25년을 일했지만 요즘같이 어려운 때가 있었나 할 정도로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올해 초까지는 가구박람회 개최 등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했는데 비대면 문화 확산 등으로 앞으로는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할지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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