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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떠납니다" 절망빠진 2030, 여전히 '탈조선' 꿈꾼다 [허미담의 청춘보고서]

최종수정 2020.08.05 12:51 기사입력 2020.08.0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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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75% "한국 떠나고 싶다"
해외 일자리 찾는 젊은이 증가…2014년 1679명→2018년 5783명
전문가 "젊은층, 취업난·과도한 경쟁에 스트레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편집자주] 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노력해도 안 되는 나라, '헬조선' 떠나고 싶습니다."

직장인 김모(28·여)씨는 한국을 '헬조선'이라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한 번 '금수저'는 영원한 '금수저'"라며 "나같은 '흙수저'는 월급을 모은다고 해도 학자금 대출 갚고, 월세까지 내면 늘 돈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매일 쳇바퀴 같은 삶이지만, 늘 평탄하진 않다"라며 "열심히 하려고 야근까지 해도 직장 상사에게 욕먹을 때가 많다. 또 업무와 연관된 질문이 아닌, '남자친구는 왜 안 사귀냐', '평생 혼자 살 거냐' 등의 사적인 질문을 받을 때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여건만 되면 한국을 떠나고 싶다"며 "고등학교 때는 입시 때문에 스트레스받았다면, 지금은 직장에 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외국은 남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꼰대 문화'도 없지 않냐"고 하소연했다.

김씨처럼 취업, 재산, 직장 내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한국을 '헬조선'이라 생각하는 젊은층이 적지 않다. '헬조선'은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조선시대'의 합성어로, '한국은 이미 지옥이고, 조선시대와 같은 신분제 사회가 됐다'는 의미로 쓰인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청년들은 아예 한국을 떠나 해외 일자리로 눈을 돌리는 등 '탈(脫)조선'을 꿈꾸고 있다. 전문가는 과도한 경쟁 사회 등에 지친 젊은층이 결국 해외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년층 과반 이상이 한국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청년층 과반 이상이 한국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청년들의 고단함은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성인남녀 5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청년 관점의 젠더갈등 진단과 포용 국가를 위한 정책 대응방안 연구:공정 인식에 대한 젠더 분석'에 따르면 청년 응답자 83.1%가 한국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생각했다.


'기회가 되면 한국을 떠나 살고 싶다'는 '탈조선' 응답은 75.4%, '흙수저는 금수저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응답도 85.3%를 차지했다.


이렇다 보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청년들이 많다. 대학생 강모(25)씨는 "취업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취업하기 시작하면서 불안감은 더 심해졌다"며 "학점이나 토익, 자격증 등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지만, 그래도 미래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부모님 세대는 노력하면 노력한만큼의 보상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무래도 취업난 때문에 힘든데 코로나까지 겹쳐서 나를 뽑아주는 회사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취업난에 지친 일부 청년들은 '탈조선'을 꿈꾸고 있다. 이들은 해외 취업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교환하거나 유튜브에서 '해외 취업에 성공한 순수 한국인', '헬조선을 탈출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 '해외 취업을 위해 필요한 영어 실력 수준은?' 등의 영상을 올려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해당 영상 댓글란에는 "나도 탈조선 했다. 해외에서 모든 것이 다 한국보다 불편해도 꼰대 문화, 상명하복, 사내정치, 야근, 회식 등의 기업문화가 없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우리나라는 치안 빼고는 다 헬조선이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답이 없다. 집을 구하려면 대출이 기본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키울만한 환경도 아니지 않으냐",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 등 '탈조선'에 공감하는 이들의 의견이 줄줄이 달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가운데 해외 일자리로 눈을 돌리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의 연도별 취업통계에 따르면 2014년 1679명이던 해외 취업 청년 수는 해마다 늘어 2016년 4811명, 2018년에는 5783명을 기록했다. 이는 3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취업준비생 이모(25)씨는 "대학생 때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을 갔다 왔다. 한국에서는 남의 시선을 중시해 화장부터 옷차림까지 어쩔 수 없이 다 신경 쓰지 않나"라며 "네덜란드에 있을 때는 남 눈치를 보지 않았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문화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외국은 한국처럼 존댓말 문화가 없어서 직장 내 '꼰대'도 없지 않을까 싶다"라며 "코로나가 종식되면 바로 해외 취업에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한국 사회에서의 과도한 경쟁이 청년들의 '탈조선'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층은 취업난, 과도한 경쟁 사회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를 떠나고 있다"라며 "또 젊은층은 자신의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노력해도 변하는 게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수저', '흙수저' 등의 '수저 계급론'도 젊은 세대의 마음을 반영한다. 타고난 부의 수준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젊은층의 생각에 깔린 거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도 이제 옛말"이라며 "결국 지친 젊은층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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