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추가 공모 증거 없이 한 검사장 기소 부담되는 상황
이재용 부회장 건과 수사심의위 권고 수용 여부 동일한 결정할지 주목
“수사심의위 규정 법률로 승격해 제도 보완 필요” 목소리도

지난 1월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월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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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하면서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해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지난 17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구속되며 검찰 주변에선 수사팀이 한 검사장에 대한 소환조사에 이어 신병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지만,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에 참석한 위원 대다수가 ‘아예 수사를 중단해야 될 상황’이라는 의견을 내면서 과연 검찰이 두 사람의 공모관계를 전제로 한 수사를 이어갈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다.

검찰이 한 검사장을 기소해 유죄판결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강요미수죄 공범 성립이 어렵다”는 대검찰청 형사과장 등 실무진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사실상 항명하는 모습까지 보이며 한 검사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밀어붙여온 이 지검장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한 검사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단행하고 이번 수사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권까지 박탈하며 이 지검장에게 힘을 실어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역시 “윤 총장을 압박하기 위해 무리한 수사지휘를 내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검언유착’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된 이철 전 VIK 대표가 소집을 신청한 수사심의위는 이 전 기자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 진행해 기소할 것을 권고한 반면,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표결에 참석한 15명의 위원 중 10명이 ‘수사중단’ 의견을, 11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다.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현안위원들은 수사팀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관계를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제시한 녹취록 등 증거자료들을 확인하고도 이 같은 결론을 내놨다. 최근 KBS 오보 사태를 거치며 이 전 기자 측이 전문을 공개한 두 사람 간 대화가 담긴 녹취록 외에 ‘스모킹 건’이라 할 수 있는 확실한 다른 증거를 검찰이 갖고 있지 않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동재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동시 기소 가능할까=이미 이 전 기자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구속기간 만료까지 열흘이 조금 넘는 시간이 남아있다.


통상적인 경우였다면 수사팀은 그 사이 한 검사장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를 검토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 확보에 나서거나, 보완수사를 진행한 뒤 이 전 기자의 구속기간 만료일에 맞춰 함께 기소하는 절차를 밟았을 것이다.


하지만 수사심의위가 단순한 ‘불기소’ 의견에서 나아가 ‘수사중단’까지 권고한 상황에서 검찰이 한 전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전날 수사심의위 결론이 공개된 직후 서울중앙지검이 “한동훈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폰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고 피의자 1회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 등을 감안해 ‘수사 계속’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힌 것처럼 수사심의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이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한 검사장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전날 수사심의위에서 소회를 묻는 현안위원의 질문에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저는 이 위원회가 저를 불기소 하라는 결정을 하더라도 법무부 장관과 중앙지검 수사팀이 저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려 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검찰이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및 기소를 강행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좀 더 확실한 공모의 증거가 필요해 보인다.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어떤 증거들이 추가로 드러날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지금까지 공개된 녹취록 내용만으론 한 검사장을 이 전 대표에 대한 강요미수 공범으로 엮기엔 무리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검언유착 vs 정언유착(혹은 권언유착) 결과는=이번 수사의 결과는 윤석열호 검찰은 물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나 범여권 정치인 등 정치권에까지 큰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3월 31일 MBC 첫 보도 이후 이번 사건은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라는 ‘검언유착’ 프레임이 씌어졌고, 여권에선 한 검사장뿐만이 아닐 것이라며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 전체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다.


특히 이 전 기자에 대해 수사팀이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보고하자, 윤 총장이 대검 형사부 실무진들의 법리 검토를 지시하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하면서 윤 총장의 ‘측근 감싸기’에 대한 비난도 높아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MBC에 제보한 지모씨의 과거 전력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황희석 최고위원 등 범여권 인사들이 배후에서 지씨를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동안 이번 사건을 규정짓는 프레임이었던 ‘검언유착’과는 완전히 상반된 ‘정언유착(정치권과 언론의 유착)’ 내지 ‘권언유착(권력과 언론의 유착)’이 이번 사건의 실체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윤 총장을 ‘적’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여권에서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검사장을 도구삼아 결국은 윤 총장을 밀어내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법조인들이 늘어났다.


수사심의위의 권고는 강제력이 없다. 때문에 수사팀이 꼭 수사심의위 권고에 따라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거나 불기소할 의무는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보다 확실한 공모 증거를 찾아내 한 검사장을 기소하지 못하고 수사심의위 권고에 따라 기소 자체를 못하거나,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일단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이번 사건은 검찰과 언론이 유착한 검언유착이 아니라 한 기자의 과도한 취재 의욕이 잘못된 방향으로 발현된 사건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 경우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한 검사장을 공격하고 나아가 윤 총장 사퇴까지 압박한 정치권과 언론의 유착에 대한 진상규명이 새로운 검찰의 숙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이 전 기자가 구속된 다음날 KBS가 녹취록에도 나오지 않는 발언을 마치 한 검사장의 발언인 것처럼 보도한 ‘오보 사고’는 최근 친정부 성향을 보여 온 언론이 정권이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윤 총장을 흠집 내는데 기여하기 위해 확실한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한 검사장에 대한 악의성 보도를 감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BS 내부에서도 반성의 목소리를 내며 해당 녹취록 내용을 제공한 취재원 확인에 나섰고 시민단체의 고발도 있었던 만큼 과연 누가 그 같은 오보 사태를 야기했는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꼭 밝혀야 될 문제다. 만에 하나 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일원이나 지휘 라인에 있는 검사가 취재원으로 확인될 경우 권언유착 의혹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한동훈 검사장 건 심의위 의견 따를지 주목=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의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를 따를지를 고민하며, 앞서 역시 ‘수사중단·불기소’ 권고가 나온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함께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 결과가 나온 지는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경우의 수는 4가지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존중해 이 부회장도 한 검사장도 모두 불기소 ▲수사심의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과 한 검사장을 모두 기소 ▲이 부회장은 불기소하고 한 검사장은 기소 ▲이 부회장은 기소하고 한 검사장은 불기소 등.


하지만 어느 하나도 선택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 부회장이든 한 검사장이든 불기소하는 건 검찰로서는 자기 부정에 가깝다. 앞선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꼴이 되는 셈.


그렇다고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무조건 기소하기에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이나 한 검사장이나 공모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검찰이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수사심의위가 똑같은 의견을 권고한 두 사람 중 어느 한 명은 기소하고 다른 한 명은 불기소 하는 선택 역시, 왜 유독 한명에 대해서만 수사심의위 의견을 무시하는지, 수사심의위 의견을 수용하는 기준이 도대체 무엇인지 등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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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현재 검찰청 예규(지침)가 규정하고 있는 수사심의위 제도를 법률로 다시 정비하면서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의견 수용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구체적으로 열거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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