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적시지원 난망한 기안기금,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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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은 적시에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난 5월28일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운용심의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기간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40조원 규모의 기안기금이 가동된 지 두어 달이 됐다. 하지만 아직 첫 지원대상조차 정하지 못했다.

유동성 위기로 돈줄이 말라붙은 기업들에 제 때 지원이 되지 않는 건 왜일까. 정부는 지난 4월 기안기금 설치를 결정하면서 '지원 신청 기업이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구조적으로 부실해지지 않았는지를 주채권은행 등이 확인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안기금의 목적이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위기 기업 지원'에 국한됨을 분명히한 것이다.


은행권과 재계 안팎에선 제도의 실효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규제, 글로벌 경쟁 심화, 원재료 비용 상승 등 대내외 악재로 이미 어려워진 경영여건이 코로나19로 한층 더 악화한 것이니만큼 '코로나19'라는 현상을 기준삼아 단선적으로 '지원할 가치가 있는지'를 가리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의 기업여신 담당 임원은 "겉으로는 멀쩡해보이는데 사실은 대출을 연장하고 또 연장해가며 버티는 연명ㆍ한계기업이 수두룩하다"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워크아웃ㆍ자율협약 체결 여부 등이 1차적 판단 기준이 될텐데, 이런 이력이 없다고 어느정도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보는 건 매우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국민의 혈세를 동원하는 것이니만큼 무턱대고 문턱을 낮추라 할 순 없다. 하지만 조금 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으로 재고해 볼 필요는 있다. 대한항공을 포함한 해당 업종 내 기업들이 아직까지 뚜렷한 지원 신청 의사를 밝히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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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금융연구원조차 '코로나19 이전에는 괜찮은 기업이었는지를 워크아웃 등의 이력만으로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기안기금 운용의 문제를 제기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은 몇 달 짜리 싸움이 아니다.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려야하는 건 아닐까.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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