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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범죄자입니까"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비난 여론…다른 기사들 '분통' [한기자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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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막아선 택시기사 사건에 시민들 분노
택시기사 싸잡아 비난하는 상황도
일부 기사들 "당황스럽고 억울하다" 토로

8일 오후 서울 중구 일대서 만난 한 택시기사. 최근 일어난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 사건으로 인해 일부 승객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8일 오후 서울 중구 일대서 만난 한 택시기사. 최근 일어난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 사건으로 인해 일부 승객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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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너무 일부분만 보고 택시기사들을 욕하시는 것 같아요."


8일 오후 서울 중구 일대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최근 일어난 사설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 사건에 대해 "손님들도 그렇고 많은 분이 기사들 진짜 그러냐고 많이 물으신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달 8일 폐암 말기 80대 여성 환자를 태운 사설 구급차가 한 택시와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택시기사는 당장 보상을 하라는 취지로 응급차를 막아서며 승강이를 벌였다.


가족은 상황이 위급하다며 택시기사에게 비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기사는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사건 처리가 먼저인데 어딜 가", "환자는 내가 119 불러서 병원으로 보내면 돼" 등 폭언을 하며 응급차를 막아섰다.


결국, 응급실까지 약 15분 늦은 환자는 병원 도착 5시간 만에 사망했다. 택시기사가 구급차를 막지만 않았어도 어머니는 살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유족은 지난 3일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 주세요.' 청원을 올렸고 이 청원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64만2,864명이 동의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이 첨부한 블랙박스 영상. 청원인은 택시기사가 사고를 처리해야 한다며 구급차를 막아선 채 10분간 말다툼을 했다고 주장했다.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이 첨부한 블랙박스 영상. 청원인은 택시기사가 사고를 처리해야 한다며 구급차를 막아선 채 10분간 말다툼을 했다고 주장했다.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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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과 함께 일부 택시기사들의 불친절까지 거론되면서 아예 택시기사들 전반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비판에 택시기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상황만 놓고 전체를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날(8일) 만난 택시기사는 "(택시)기사들도 구급차 사건을 보면서 많이 화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택시기사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니까, 조금 좋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좋은 기사들도 많다"면서 "그 사건 이후 '택시 기사들 왜 그러냐, 살인자 아니냐'라는 말이 많은데 솔직히 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부지만 택시기사들이 불친철하고 그래서 손님들이 많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 알고 있다"면서 "그래도 요즘에는 많이 그런 부분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기사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말 문제가 심각한 기사들은 각종 경고 등으로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택시기사들의 사납금 부담으로 인해 발생한 상황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 소재 한 택시회사에서 근무하는 40대 한 택시기사는 "보험금 처리 등 회사에 내야 하는 돈이 나갈 수밖에 없는데, 택시기사들 하루 일당이 날아가는 수준"이라면서 "그런 의미로 환자 이송 등 위급한 상황에서 구급차를 막아선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그 기사의 행위는 아주 잘못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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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들의 불가피한 사정에도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30대 직장인 A 씨는 택시를 탈 때마다 수시로 택시기사의 막말과 성희롱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그는 "택시기사로부터 반말과 욕설에 나이, 직업을 묻는 말은 듣는 것은 기본이다"라면서 "성희롱적 말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성희롱에 이어 폭행으로 번지는 일도 있다. 지난해 5월 오후 10시 서울 은평구 한 도로를 달리던 택시기사는 요금에 항의하는 여성 승객의 팔을 비틀고 얼굴을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기사는 2011년 이후에만 상해, 폭행 등으로 7차례 벌금형 등 처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택시 운행 중 승객을 폭행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택시 운전을 해오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2017년 서울시가 공개한 '서울 택시 민원 항목별 현황'에 따르면 1∼6월 접수된 택시 관련 민원 건수는 총 9천115건으로 민원을 유형별로 보면 '불친절'이 3천512건으로 가장 많고 '승차거부' 2천444건, '부당요금' 1천787건, '도중하차' 540건, '사업구역 외 영업' 196건 등 순이었다. 택시기사들이 불친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 사건으로 인해 이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 택시기사는 친절한 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만난 10여 년 경력의 또 다른 50대 택시 기사는 "(택시)이 일도 어떻게 보면 서비스업이라면서 일부 기사들이 보이는 잘못된 일도 많지만, 승객을 안전히 모시고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기사들도 많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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