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은 높고 시간은 걸리고…돈 급한 기업들 "조건 완화해야"
지원대상인 항공·해운업종 중 요건충족하는 회사 10여곳 불과
신청-조회-심사 등 절차도 많아 당장 돈 급한 LCC 등은 한숨만
대출금리 매력 떨어지는데다가 政 경영개입 가능성에 지원 주저하기도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유제훈 기자] 국가 경제의 토대가 되는 기간산업 지원을 위해 40조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국민 혈세로 조성된 기간산업안정기금이 한 달째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거세다. 지원 신청 공고는 내달로 넘어갔다. 공고 이후 자금 지원 신청을 거쳐 주채권은행 의견 조회, 요건 심사, 기금운용심의회 심의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기업들에게 수혈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까다로운 지원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문턱을 낮춰 당장 긴급자금이 필요한 곳에 지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턱 높은 기준에 은행 넘어선 금리도 부담 =기금의 속도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시장에서는 대한항공 외 지원 요건에 맞는 기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기금 지원이 가능한 대상은 항공ㆍ해운업종이다. 국가경제ㆍ고용ㆍ안보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업종도 필요에 따라 관계부처의 협의로 지원이 가능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라는 전제 조건을 갖춰야 한다. 또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명 이상의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지원 기준에 맞더라도 요구 조건들이 까다롭다는 점도 기업들이 신청을 주저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금 지원을 받으면 고용을 90% 이상 유지해야 한다.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사항도 산업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경영개선을 위해 자산매각 등 필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전제된다. 임직원 연봉은 동결되며 배당은 물론, 자사주 매입도 할 수 없다. 계열사 지원도 금지된다. 총 지원액의 최소 10%는 주식연계증권으로 인수되는데 이는 추후 정부가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란 우려도 기금 지원이 더뎌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기금이 제공하는 대출 금리가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그다지 매력이 없다는 점도 기금 흥행 실패를 우려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금이 제공하는 대출금리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시중은행보다 낮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단 기금 대출금리는 기업이나 업종마다 다를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라면 해당 발행금리를, 회사채 미발행 기업이라면 신용등급에 대한 5대 시중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를 기준 금리로 삼는다. 그 기준 금리에 기금의 채권 조달 금리 등을 더하는 구조로 산정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기금으로부터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지난 4월까지 석 달 연속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4월 기업대출 금리는 2.77%로 지난달보다 0.17%포인트 내렸다. 기금 측은 특혜시비에 대한 우려와 기금 운영을 위해 발행된 채권 상환을 위해 시중은행보다 대출금리를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정부가 밝힌 기금 대출금리는 '시중금리+α'다.
◆사각지대 놓인 LCCㆍ해운사 '한숨'= 정작 자금난을 호소하는 기업들은 기안기금 지원대상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였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인수ㆍ합병(M&A) 절차가 걸려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조건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M&A는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태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4~5개사가 유상증자를 추진ㆍ검토할 정도로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지만 기안기금 조건을 충족하는 LCC는 제주항공ㆍ에어부산 2개사 뿐이다. 해운업종도 마찬가지다. 기금 조건을 충족하는 해운사는 10여 곳에 그친다. 기안기금 2호 기업 가능성이 있는 에이치엠엠(HMM)의 경우 이미 산은 등 금융당국으로부터 줄곧 자금을 수혈해 온 만큼 실제 신청에 나설 가능성은 미지수다.
대한항공이 신청을 미룰 수 있단 관측도 있다. 최근 항공화물 운임이 급등하면서 일정 부분 경영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및 자산매각 등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다만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신청 공고가 나면 바로 접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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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기안기금 심의위원 간 의견차로 진행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원들은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금융위, 대한상공회의소, 산은이 각각 추천한 7명으로 구성됐다. 추천 기관도, 이해관계도 다르다 보니 의견을 조율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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