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방위사업청. 사진은 왕정홍 방위사업청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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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 퇴직자들 방산기업 취업시키려 공직자윤리법 교묘히 피해
퇴직자 130명 '무보직 근무'라는 직위로 취업대상에서 벗어나
퇴직자들 무단으로 무기개발기술을 유출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방과학연구소(ADD)가 퇴직자들이 국내외 방산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꼼수'를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감사원은 '국방과학연구소 기관운영감사 보고서'를 통해 ADD는 퇴직자들의 취업을 위해 직급이 높더라도 취업제한 기간(3년)의 직위가 '무보직'인 경우 유관 기관 취업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썼다고 지적했다.

퇴직 전 5년간 담당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는 퇴직 후 3년 동안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한 현행 공직자윤리법을 교묘하게 피해 퇴직자들의 재취업 길을 열어준 것이다. 감사 결과 2014∼2019년 ADD 본부장급 퇴직자 12명 중 8명은 특정 직위에서 물러난 뒤 3년 이상 무보직 연구원 등으로 재직하다 퇴직했고, 실제로 5명은 방산업체등 업무 연관성이 있는 곳에 취업했다.


또한 2014∼2019년 ADD 팀장급 이상 퇴직자 156명 가운데 83.3%인 130명이 '무보직 근무'라는 직위를 기준으로 해 취업제한 대상에서 벗어났다. 만약 직급이 취업제한 대상 기준으로 적용됐다면 퇴직자의 89.7%에 해당하는 140명이 취업제한 심사 대상이었다. 실제 45명은 업무 연관성이 있는 곳에 취업했고, 이들 중 37명은 퇴직 후에도 ADD를 업무 목적으로 677차례 출입했다.

관리ㆍ감독 기관인 방위사업청이 이 부분을 지적, ADD에 취업제한 대상 선정 기준을 직위가 아닌 직급으로 바꿀 것을 요청했지만, ADD는 '비직위자는 퇴직 후 영업활동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또다시 지적받자 ADD는 그제야 취업제한 대상 기준을 직급(수석연구원 이상)으로 바꿨다. 또한 ADD가 그동안 취업제한 기관으로 지정돼있지 않아 최근 2년간 국방부와 방사청 퇴직자 20명이 ADD에 재취업했고 이 중 80%(16명)는 퇴직 전 업무와 밀접한 부서에서 근무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인사혁신처는 감사를 계기로 ADD를 취업제한 기관에 추가했다.


퇴직자들이 무단으로 무기개발기술을 유출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날 방위사업청은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퇴직자 일부가 퇴직 전 대량의 자료를 휴대용 저장매체로 전송해 자료를 유출한 정황을 포착하고, 외국으로 출국한 2명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방사청은 ADD 퇴직자 1079명과 재직자를 상대로 휴대용 저장매체 사용 기록을 전수 조사했다. 이들은 ADD 정보유출방지시스템(DLP)에 35만건과 8만건의 접속 흔적을 남겼다. 출국자 중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대학 연구소에 취업한 사람도 있는데, 유출한 기밀자료가 '취업 보증수표'가 됐을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특히 외부로 자료를 반출한 혐의를 받는 퇴직자 상당수가 방사청 조사를 기피하는 정황도 드러나 도덕적 불감증 비판을 받고 있다. 재직자 중에도 자료를 무단 복사하거나 휴대용 저장매체 사용 흔적 삭제,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자도 다수 적발됐고, 이 가운데 23명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다만, 방사청은 퇴직자들이 퇴직 전 빼돌린 기밀자료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아직 식별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 전산망에서 유출 흔적을 발견했지만, 어떤 문서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사청의 ADD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도 의문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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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 관계자는 "한 퇴직자가 퇴직 전 정보유출방지시스템에 접속한 흔적이 68만여건"이라며 "현재 유출된 자료가 몇 건인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ADD를 감독하는 방사청 관계자는 "ADD 내부에서 자료 유출 의혹이 4월에 제기됐는데, 방사청은 그전까지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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