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파문…북·미대화 표류 장기화하나
북·미 대화 영향 전문가 진단
"美 대북강경파 접근법 재확인…비핵화 없인 한발도 못 나가"
"볼턴의 선입견·편견만 드러나…큰 영향 없을 것" 평가도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18일(현지시간) 촬영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표지. <사진=AP연합>
23일(현지시간) 출간되는 대북 초강경파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회고록이 남·북·미 외교에 메가톤급 파장을 낳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정상 간 협상과정에서 나온 민감한 발언들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가뜩이나 교착 상태에 놓여 어려워진 한반도 상황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내 '매파'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미국 내 주류 대북 강경파들의 고착화된 접근법을 재확인한 만큼 비핵화 프로세스를 병행하면서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턴 전 보좌관으로 대표되는 대북 강경파들은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 극도의 신중론을 펴왔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선제타격론 또는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라는 리비아식 모델을 북한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기 때문에 이를 항상 유념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회고록 내용이 볼턴 전 보좌관 개인의 시각이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그럼에도 미국 공화당 보수 주류의 북한에 대한 원초적 불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결국 비핵화라는 본질을 넘어서지 못하면 북·미 관계는 한 치 앞도 갈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미 관계는 미국 대선 과정을 거쳐 조정기를 맞이하겠지만 비핵화 단계에서 언제든 요동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미칠 영향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전망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이 주도해 남·북·미 관계를 끌어온 만큼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통해 그간 한국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 대선까지는 현재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 데 집중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으로 인한 각종 논란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본질과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가령 1차 북·미 정상회담 아이디어 제안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냐는 식의 논란은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양 교수는 "누구의 전략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이 북·미의 의견을 모으는 중간 역할을 했고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면서 "볼턴의 회고록을 통해 북한이 문재인 정부로부터 속았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들이 북·미 대화의 성과를 내기 위해 때론 창조적 아이디어도 내고, 때론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다했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줄곧 의심해온 워싱턴 정가에서 이번 회고록의 영향을 낮게 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2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고 있었던 바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비밀을 공개한 것도 아니고 볼턴 스스로가 바라본 관점, 스스로의 평가만 드러났을 뿐"이라고 VOA 측에 말했다.
역설적으로 북한이 선호하는 '톱다운 외교'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북한은 시종일관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을 떼어놓으려고 했고, 그러한 시도는 자신에 의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실제로 볼턴 전 보좌관을 향해 "인간쓰레기" "흡혈귀" 등 막말을 퍼붓는 등 북·미 대화 최대의 적으로 규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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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22일 VOA에 "북한은 이 책을 읽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볼턴이 북한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확신을 가질 것"이라며 "볼턴이 떠나고 트럼프가 남아있다는 점에 행복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볼턴 전 보좌관 등 대북 매파가 사라진 상황과 트럼프의 이벤트 선호 성향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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