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덕룡 ‘긴급조치 9호 위반 면소 판결’ 재심 허용해야”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유신체제에서 선포된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긴급조치가 해제돼 면소 판결을 받은 경우 예외적으로 재심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면소 판결은 유죄 확정판결로 볼 수 없어 형사소송법상 재심의 대상이 아니지만,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사건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야 된다는 취지다.
이 결정이 확정될 경우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면소 판결을 받았던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79)이 41년 만에 재심을 받게 될 전망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는 김 이사장이 재심 청구 기각에 불복해 낸 즉시항고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안처럼 당초에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 해제로 면소 판결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심 대상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긴급조치 9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심하게 침해해 위헌성이 명백하므로, 이를 위반한 공소사실로 기소돼 재판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국가가 권리와 명예를 회복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같은 해석은 권리구제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적극적 법 해석의 일환"이라며 "예외적으로 이렇게 재심 대상 범위를 넓히는 해석은 법적 안정성을 해하지 않고, 오히려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재심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1979년 신민당 총재이던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YH무역 여공 신민당사 농성사건'의 백서를 발간했다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 9호가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한 것으로 유신헌법은 물론 현행 헌법에도 위반돼 무효"라며 "긴급조치 9호가 합헌이라는 취지로 판시한 판결 및 결정들을 모두 폐기한다"고 밝혔다.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가 되면서 법원은 김 이사장의 또 다른 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이사장은 1976년에도 김지하 시인의 시를 배포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한 적이 있는데 재심을 통해 구제를 받은 것.
반면 법원은 1979년의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 2월 김 이사장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1979년 12월 8일 김 이사장의 1심 선고공판을 일주일 앞두고 긴급조치 9호가 해제돼 면소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면소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범죄 후의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됐을 때 등 이유로 형사소송을 종료하는 판결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형사소송법 제420조가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면소 판결은 원칙적으로 재심 대상이 아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