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지방자치를 말하다]'2할 자치'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1>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올해는 지방자치제도(지자제)가 부활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이미 성년을 넘겨도 한참을 넘겼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절름발이 자치’, ‘2할 자치’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지자제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의 1등 공신이 중앙정부와 호흡을 같이 했던 지방자치단체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미스터 지방자치’라고 불렀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자제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기획을 통해 현 대한민국 지자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그리고 이를 위한 선거제도 및 지방자치법 개혁 과제를 논의해 보기로 한다. 다름 아닌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다.
[순서]
1. 절름발이 2할 자치,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2. 코로나19 방역 일등공신 ‘지방자치’
3. 포스트 코로나, 이제는 ‘지방정부’다
1. 절름발이 2할 자치,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대한민국 지방자치 현 주소
지방자치란 행정구역으로 이뤄진 공동체 업무를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국가 운영 방식이다. 이를 주관하는 지자체는 ‘작은 국가’라고 볼 수 있다. 미국처럼 지방자치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지자체가 입법, 행정, 사법 3권을 모두 행사한다. 이른바 ‘연방제’ 형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중앙정부가 넘긴 권한을 지자체에서 일부 행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마저 사무이양은 30%, 재정이양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지방자치를 ‘절름발이 자치’, ‘2할 자치’라고 부르는 이유다.
연혁으로만 따지면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지자제)는 햇수로 70년이 넘었다. 1948년 헌법 제정 당시 이미 지방자치 규정을 뒀고,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됐다. 또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지방의회 선거가, 1955년 동장 선거가 치러졌다. 4·19혁명 이후에는 지방분권 불씨가 한층 더 크게 타올랐다. 하지만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인해 지방의회가 모두 해산되고 만다. 급기야 박정희 정권은 1972년 유신헌법 부칙 제10조를 통해 '지방의회는 조국통일이 될 때까지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지자제 폐지에 대못을 박았다.
제도 부활에는 30년이 걸렸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3일에 걸친 단식 투쟁을 거쳐 1991년 지자제를 새롭게 되살린 것이다. “1989년 말 여당과 야 3당은 지자제 실시에 동의했다. 1990년에는 지방 자치를 도입하도록 법률로 정했다. 그러나 3당 합당이 되어 여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자 이를 지키지 않으려 했다” (김대중 자서전, 2010) 하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는 결국 1991년 제1회 지방(기초·광역)의회 선거와 1995년 자치단체장 선거(전국동시지방선거)로 이어졌다.
이후 제도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지방분권의 획기적인 추진 ▲균형 및 지역별 특성화발전 ▲지방대학 및 지방문화 육성을 끊임없이 강조했으며 실제 행정수도 이전 등 강력한 지방분권 정책을 시도한 바 있다.
또 지역의 현안을 주민이 투표로 결정하는 ‘주민투표제’(2004년), 지방의원이나 지자체장을 주민이 해직하는 ‘주민소환제’(2007년)가 차례로 도입돼 제도적으로는 지방분권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 주민이 조례를 직접 제안하는 ‘주민조례발안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4년 중임제 도입과 대통령 권력 분산, 지방 분권 강화 등을 골자로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인해 불발됐기 때문이다. 또 32년 만에 전면 개정 길이 열렸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도 지난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그 외 지방분권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여겨졌던 '중앙·지방협력회의법', ‘통합경찰법', '고향사랑기부금법' 등도 20대 국회에서 그저 잠들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방분권 실현? 제도개선+α
이런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카드는 결국 개헌이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만큼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임기 중 개헌을 마무리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개정안 주요 내용으로는 ▲주민조례발안제도 도입 ▲주민감사 청구인수 상한기준 하향 조정 및 청구가능기간 연장 ▲주민자치회 근거 마련 및 활성화 ▲자치단체 기관구성 다양화 근거 마련 ▲조직운영 자율성 확대 ▲주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정보공개 확대 등이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두가 하루 속히 도입해야할 기본적인 제도들이다.
제도 개선에 발맞춰 재정분권도 확대돼야 한다. 다행히 지난해 말 재정분권 관계법률 7건(지방세법, 지방세기본법, 지방자치단체기금관리기본법, 지방재정법,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부가가치세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통해 국민 세부담 증가 없이 연간 약 8조5000억원 재원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 대비 지방세 비중도 2018년 22.3%에서 2020년 24.5%로 2.2% 가량 커지게 됐다.
장기적으로는 상황이 더 나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전남 여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3으로 이루고, 장기적으로 6:4 수준이 되도록 개선하겠다"며 "열악한 지방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고향사랑 기부제법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 자치권을 헌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하루속히 빛을 보길 기대해 본다.
그렇다면 이 모든 약속들이 실현되면 우리 삶이 하루아침에 바뀌게 될까? 그렇지 않다. 더 중요한 게 남았다. 국민 개개인의 의식 변화가 그 것이다. 제도적으로 지방분권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국민의 실질적인 참여가 없으면 ‘진짜’ 주민자치라고 볼 수 없다. 지금과 별반 차이 없는 이른바 ‘단체’ 자치에 불과하다. 중앙정치에 비대하게 쏠린 관심을 지역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지방은 중앙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으므로 지역 구성원들의 관심 집중이 가능하다. 지역에 대한 참여와 관심이야말로 주권 실현의 지름길이다. 민주주의도 그만큼 생기를 더 띠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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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해서 자치사법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주제에서 다소 벗어난 이야기지만, 대한민국 사법부는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 대로 잃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금의 시군 법원을 독립시키거나 새로운 치안판사 제도를 신설, 지방자치단체 사법부를 구성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법관까지 주민 선거를 통해 뽑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기득권 계층이 아닌 일반 시민에 의한 사법부 개혁이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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