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어디로…인권문제 다시 꺼내든 美, 날 선 공방
미 국무부, 북한 통신선 차단 조치에 "실망했다"…국제종교자유 보고서 발간 맞춰 "북한, 정상국가처럼 행동하기를 요청한다"고 지적
북한, 미 국무부에 "주제넘게 참견" 비판…트럼프 대통령 재선가도 겨냥하기도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강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조치에 미국이 ‘인권’ 문제를 꼬집어 대응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남북 통신선을 모두 차단·폐기한 북한의 행보에 ‘실망했다’는 표현을 써가며 이례적 반응을 보였던 미국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추가 조치에 대한 경계감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오는 11월 대선 등 고려해 상황관리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최근 공방이 잇따르면서 갈수록 북미 간 긴장감은 높아지는 모양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남북을 잇는 모든 통신선을 차단한 직후인 9일(현지시간)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이후 하루만인 10일(현지시간) ‘2019년 국제종교자유 보고서’ 발간에 맞춰 개최한 외신기자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종교 박해는 아주 공격적이고 지독하다”고 강조했다.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북한이 갈 길이 멀다’고 운을 뗀 샘 브라운백 미국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는 “북한이 정상국가처럼 행동하기를 요청한다”면서 “어떤 신앙을 가졌든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도록 박해와 보복의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말하도록 허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종교의 문제를 앞세워 북한 내 인권문제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해 이례적으로 ‘실망’이라는 표현을 담은 논평을 낸 직후 북한이 매우 껄끄러워하는 인권문제를 꺼내 든 셈이다. 실제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19년 국제종교자유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완전한 관계정상화를 하기 위해서는 종교의 자유를 포함해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북한에 분명히 해왔다’로 명시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발언에 거친 어휘를 써가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김여정 담화’에 이어 미 국무부의 실망 발언에 북한 외무성이 직접 나서 “주제넘게 참견하고 있다”면서 “쓸데없이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 담당으로 복귀한 권정근 북한 외무성 국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북남관계는 철두철미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면서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발언도 내놨다. 권 국장은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고 충고하면서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 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게 적지 않다’면서 미국에게 책임을 묻는 입장도 덧붙였다.
12일에도 북한은 미국의 태도를 비판하는 담화를 내놨다. 북한 리선권 외무상은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주년 담화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답은 명백하다'에서 "두 해 전 한껏 부풀어 올랐던 조미(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악화 상승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고 조선반도의 평화번영에 대한 한 가닥 낙관마저 비관적 악몽 속에 사그라져 버렸다"면서 이 같이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서도 "지금까지는 현 행정부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정치적 치적 쌓기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라면서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북한과 미국은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리 외무상은 "우리 최고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관계가 유지된다고 해서 실제 조미 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법을 취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북미 간 공방이 거칠어지는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의 최근 조치에 유감을 전하면서도 대화 재개를 강조하는 목소리를 보탰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남북 연락 채널은) 오해와 오판을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면서 “모든 당사자가 지속가능한 평화와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대화를 재개를 위해 6월 기념일을 활용할 것을 희망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오는 15일은 ‘6.15 남북공동선언’이 20주년, 25일은 6.25 전쟁 70주년을 맞는 날이다.
전문가들도 고위급 대화 특히 정상급 행보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이미 통일부나 실무단위서 풀 수 없는 문제가 됐다”면서 “조속한 남북정상회담 통해 큰 틀의 방향전환이 필요하고, 당장 공개 제안에 북이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비공개 특사 등을 통해 신중한 접촉을 시도할 때”라고 강조했다.
통일연구원이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반도정세와 평화프로세스'를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속하게 남북 접촉을 재개할 필요가 있으며, 시기·장소·의전에 구애받지 않는 실용적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위급 특사 파견을 통해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면서 " 6·15, 8·15, 9·19 등 상징적 계기를 활용해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해 남북관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을 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 북한연구실장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를 통해 향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 우의' 차원에서 상황을 역전시킬 여지는 두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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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남북관계 경색과 관련해 언급을 자제하던 외교부는 북한 리 외무상의 담화와 관련해 "북미대화의 조속한 재개와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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