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GDP대비 민간신용 200% 돌파할 듯
국가채무 뿐 아니라 민간신용 증가속도 빨라
총부채 기준으로 살피며 정책 대응해야
"민간신용 증가속도, 장기적 추세에서 벗어나 있어 우려"
실물타격→금융부실→국가채무 또 증가 위험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급증한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민간부문 부채도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역대 최대 규모에 도달한 가계부채는 물론이고,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대출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9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부채+기업부채) 비율은 20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추산한 지난해 말 기준 명목 GDP(약 1919조원) 대비 민간신용(약 3781조원) 비율은 197%다. 올해 1분기 GDP가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한 데다 민간신용은 기업부채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GDP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돼 민간신용 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가계신용은 이미 잔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61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늘었다. 가계신용은 은행ㆍ보험사ㆍ대부업체 등 금융기관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을 합한 총 가계부채를 뜻한다. 지난해 국민총처분가능소득(약 1930조원) 대비 가계부채도 83%에 달해 국민의 가계 빚 부담은 이미 큰 상태다.
코로나19 때문에 기업대출도 빠르게 늘었다.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은 1분기 말 1259조2000억원을 기록해 기업대출은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로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평균적으로 민간신용은 4~5%가량 늘었음을 예상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이를 상쇄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절대적인 민간신용비율보다도 더 큰 문제는 민간신용이 증가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BIS가 집계한 GDP 대비 민간신용비율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의 민간신용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10%포인트나 늘었다. BIS가 집계하는 전 세계 43개 국가들 중 민간신용비율 증가 속도는 홍콩(+13.8%포인트), 칠레(11.1%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빨랐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책당국자들이 국가채무비율만 따질 것이 아니라 가계ㆍ기업 등 총 부채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까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금융기관이 모두 나서서 인공호흡기를 달아 준 상태지만, 언젠가 인공호흡기를 떼어야 할 상황이 올 수밖에 없고 그때 부실화한 대출이 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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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BIS 등 집계결과를 보면 한국의 민간신용 규모 증가세가 장기적인 평균 추세에서 더 벗어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절대적인 규모보다 이 점이 더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못해 기업들이 도산하면 결국 또 정부가 개입해 구조조정 등에 나설 수밖에 없고, 재정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국가채무는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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