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보좌진은 그림자 같아야 한다”, “의원보다 보좌진이 돋보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격식과 그에 따른 호칭을 중시하는 국회에서 보좌진들에게는 불문율과 같은 말이다. 여전히 권위주의 문화가 존재하는 국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일 국회 소통관에서는 ‘의원님’ 대신 ‘정훈님’으로 국회의원 이름을 부르는 ‘괴짜 의원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이다.
4·15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에 입당해 비례대표로 당선된 조 의원은 원래 당적인 시대전환으로 복귀해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2일 21대 국회 첫 입성 기자회견으로 ‘보좌진 소개’ 회견을 열었다. 통상 국회의원들의 개원 첫 기자회견은 1호법안 소개다. 그러나 조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소개와 인사말을 한 뒤 바로 물러나 8명의 보좌진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보좌진협회의 기자회견이 아닌 본인들의 회견을 위해 이들은 지난달부터 1분 동안 어떤 소개를 할지 고민해야 했다.
각 보좌진들의 발언은 가나다순으로 진행됐다. 국회 보좌진은 비서-비서관-보좌관 순으로 직급이 높아지지만 이날 첫 번째 순서는 구애림 비서였다. 그는 “저는 여전히 진로와 앞날을 고민하는 청년이고, 범죄를 두려워하는 여성이며, 월세방에서 벗어나길 희망하는 하우스푸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건설일용직으로 10년을 일한 권병태 보좌관, 발레리나 출신 박설희 비서 등이 회견을 이어나갔다.
“직업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정훈님과 만들고 싶습니다.”
이날 보좌진 소개에서 조 의원은 줄곧 ‘정훈님’으로 언급됐다. 직급대신 이름에 ‘님’을 붙이는 이른바 ‘님 문화’는 통상 스타트업이나 외국계, IT 기업 등에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하기 위해 사용된다. 의원실에서 보좌진은 통상 ‘의원을 모시고 있다’라고 표현하지만 이들은 ‘정훈님을 돕고 있다’고 한다.
‘생활진보’를 콘셉트로 한 조 의원실은 일용직 노동자, 소상공인, 워킹맘 등 평범하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입법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다. ‘님 문화’를 쓰는 탓에 ‘괴짜 의원실’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국회의 견고한 권위의식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조 의원을 비롯해 21대 국회에는 수평적인 의원실 문화를 추구하는 곳이 늘었다.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도 호칭 대신 별명을 부른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은 업무시간 외 연락을 금지하는 메신저를 도입했다.
조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와 함께 앞으로 국회의 입법기관을 구성하면서 고생하실 보좌진을 소개하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 한명이 곧 입법기관이라고 말을 한다”면서 “그러나 544호(조 의원실)에 계신 모든 분들의 노력 없이는 이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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