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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펠리페2세의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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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화가 루벤스가 그린 스페인 국왕 펠리페2세(1527~1598)의 초상화.[이미지출처=스페인 국립 프라도 미술관 홈페이지/www.museodelprado.es]

벨기에 화가 루벤스가 그린 스페인 국왕 펠리페2세(1527~1598)의 초상화.[이미지출처=스페인 국립 프라도 미술관 홈페이지/www.museodelprad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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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16세기 스페인이 '해가 지지 않는 왕국'이라 불리며 최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던 것은 스페인 치하에 있던 네덜란드의 막대한 세입 덕분이었다. 당시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2세는 프랑스, 영국, 오스만투르크 등 주변 모든 적국과 전쟁을 치렀으며 이 전비는 대부분 네덜란드에 부과한 세금으로 충당했다.


펠리페 2세의 아버지인 카를 5세 때부터 스페인의 재정은 대부분 네덜란드에 기대던 형편이었다. 네덜란드 켄트 지방 출신인 카를 5세는 네덜란드의 주요 도시에 광범위한 자치권과 종교의 자유를 부여하는 대신 막대한 세금을 거뒀다. 자치권을 부여받은 네덜란드 지역은 영국에서 수입한 양털로 모직물을 만들어 유럽 전역으로 판매하는 중계무역이 발달했고, 종교의 자유로 유럽 내 많은 유태인이 들어와 은행을 개설하면서 유럽 북부의 금융 중심지로 성장했다.

하지만 카를 5세의 뒤를 이은 펠리페 2세는 네덜란드에만 부여된 자치권과 종교의 자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왕국 전체가 통일된 종교와 강력한 중앙집권체제하에 지배받아야 주변의 프랑스나 영국 같은 적국과 싸워 이길 것으로 믿었고, 스페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네덜란드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종교의 자유도 억압했다. 이에 네덜란드 귀족들은 오라녜 가문의 공작 빌렘 1세를 중심으로 대표단을 구성하고 펠리페 2세에게 부왕 시절부터 용인된 자치권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펠리페 2세는 이런 네덜란드 귀족들의 청원을 무시해버렸고, 여기에 분개한 네덜란드인들은 1566년 성상파괴운동을 시작으로 대대적 시위를 벌였다. 펠리페 2세는 이듬해 스페인 최고의 전쟁 전문가인 알바 공작과 그의 특수부대 1만명을 네덜란드에 배치하고 네덜란드 귀족들과 전면전을 치렀다. 스페인군은 네덜란드 시위대를 공격해 1만8000여명을 학살했고 시위대가 해산하면서 반란은 간단히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80년 전쟁이라 불리는 네덜란드 독립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소요 사태가 계속되던 네덜란드는 1581년 빌렘 1세가 주도가 돼 네덜란드 공화국을 선포했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 등 주변 열강들과 손을 잡고 대스페인 전쟁을 이어갔다. 자국 경제 대부분이 네덜란드 모직산업에 달린 영국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의 금융업과 밀접하게 연결된 프랑스는 네덜란드 독립 운동을 지속적으로 응원했다.

결국 80년간의 전쟁 끝에 1648년 네덜란드는 독립했다. 세입 대부분을 차지하던 네덜란드가 떨어져 나가면서 스페인의 최전성기는 막을 내리고 말았다. 만약 펠리페 2세가 부왕인 카를 5세처럼 네덜란드의 자치권과 종교의 자유를 계속 허용했다면 스페인의 역사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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