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코로나 시대의 제 노릇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괘씸하고도 몹쓸 역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당분간 지구를 떠나지 않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던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의 절망적 선언도 슬슬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고, 다들 바이러스를 이웃으로 둔 채 각자의 노릇을 해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방역은 방역대로, 나는 나대로.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시대의 부모 노릇'을 터득중이다. 특히 막 초등학생이 된 아이가 아무 준비 없이 온라인 개학을 맞은 탓에 매일의 인터넷 출석체크ㆍ학습확인서 및 숙제 제출은 엄마의 몫이 됐다. 그 중에서도 출석은 석간신문 기자에게 골든타임인 오전 9시~9시30분에 반드시 마쳐야 해 퍽 번거롭다. 알람을 맞춰놔도 가끔 시간을 놓친다. 저녁 약속이 있는 날에는 재빨리 퇴근해 잠깐의 훈육과 온갖 제출 미션을 끝낸 뒤 다시 외출한다. 인터넷이 생소한 아이의 외할머니는 이른 아침 손자를 설득해 EBS 교육방송이 틀어진 TV 앞에 앉히고 시청모습을 증명할 사진을 찍는 것으로, 주말에나 집에 올 수 있는 아빠는 며칠치 만들기 숙제나 교육 동영상을 최대한 함께 선행하는 것으로 각자의 노릇을 한다.
우리 가족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아이의 담임교사는 편하게 집에 드러누워 있을까. 물론 아니다. 바로 어젯밤 10시에도 교사는 '학생 건강 자가 진단'이라는 새 시스템이 앞서 잘못 안내 됐다며 급히 공지문을 보내왔다. 게다가 매일 20여명치 과제를 확인하고 학부모에게 피드백을 준다. 아이 하나에 어른 셋이 달라붙어도 거추장스러운 이 업무를 온전히 혼자 껴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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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멸렬한 일상을 늘어놓은 까닭은 코로나 시대에 꾸역꾸역이나마 주어진 것을 해내려는 노력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다. 효율이냐 비효율이냐, 정도(正道)냐 아니냐는 늘 중요하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코로나19가 처음이다. 기자된 노릇으로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형편없다는 기사를 종종 쓰지만, 현장의 많은 관료들이 사력을 다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안다. 전화를 하도 받지 않아 얄미울 지경이던 한 관료에게서 밤 11시가 다 돼 콜백이 오거나, 귀하게 잡은 티타임 내내 쏟아지는 전화와 기자 등뒤로 대기중인 업무보고자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눈빛을 보면, 그래도 이 애쓰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줘야 한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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