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원구성 협상 3인방, 우상호 정진석 박지원…소문난 정치 지략가들의 불꽃 튀는 머리 싸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3월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장에서 미소를 보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3월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장에서 미소를 보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AD
원본보기 아이콘


새로운 국회 출범을 둘러싼 원 구성 협상은 한국 정치에서 가장 불꽃 튀는 정치력 대결이 펼쳐지는 무대이다. 소속 의원들을 대표해서 협상 테이블에 앉는 원내대표는 각자의 ‘판돈(총선에서 확보한 의석수)’을 토대로 최대의 이익을 얻고자 지략 대결을 펼친다.

‘판돈’이 적다고 위축돼서는 안 되고 많다고 방심해서도 안 된다. 총선 승자가 패자가 되고, 패자가 승자가 될 수도 있는 게 원 구성 협상의 특성이다. 당장의 이익은 물론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정치 분석 능력까지 고려한 승부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역대 원 구성 협상 중 불꽃 튀는 지략 대결이 없었던 적이 없지만, 2016년 제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은 역대급 에피소드를 남겼다. 20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단 한 석 차이로 제1당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민주당은 123석으로 122석의 새누리당에 앞섰지만, 과반(151석)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의석 수준이었다. 새누리당이 마음만 먹는다면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국회의장을 차지할 수도 있었다. 민주당과 껄끄러웠던 관계인 국민의당의 정서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민주당 고립작전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20대 국회의 원 구성 협상은 정치 초고수가 협상 플레이어로 나섰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새누리당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앉았다. 민주당은 우상호 원내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정치, 그날엔…] 국회의장 대어 낚은 민주당…'정치 고수'의 밀당 비하인드 원본보기 아이콘


정치 경험이나 정무적인 감각, 정치 분석력 모두 각 당에서 손꼽히는 선수 중 선수들이다. 어설픈 속임수를 동원해 실리를 얻으려 하다가는 되치기에 당할 수 있다. 3명의 원내대표 중 다른 2명이 손을 잡는다면 '잔수'를 들고 나온 원내대표는 본전도 찾지 못하고 원 구성 협상의 ‘패배자’로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당연히 국회의장을 차지하려 했다. 민주당은 단 한 석의 차이에 불과하지만 총선 승리의 상징성을 무기로 국회의장을 탈환하려 했다. 2008년 이후 민주당은 단 한 명의 국회의장도 배출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탈환에 성공했을까.


원 구성 협상은 예상대로 팽팽한 기싸움으로 이어졌다. 당시 새누리당의 최다선인 서청원 의원 국회의장설이 여의도 정가에 흘러나왔다. 민주당은 버티기에 나섰다. 원 구성이 늦어지면 정치적인 부담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탈환을 위해 강온 양면의 협상 전략을 활용했다. 국민의당의 수정안(중재안)에 힘을 싣는 방법으로 새누리당의 고립을 위협하는 전략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2016년 6월7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먼저 각 당의 국회의장 후보를 확정한 뒤 본회의 투표로 국회의장을 결정하고 그 이후에 상임위원장 협상을 하자는 국민의당의 제안에 대해 “의미있는 새로운 제안을 해줘서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 그날엔…] 국회의장 대어 낚은 민주당…'정치 고수'의 밀당 비하인드 원본보기 아이콘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본회의 투표로 국회의장을 결정하자는 국민의당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의장을 본회의 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당연한 절차다. 당연한 절차가 정치적 의미를 갖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협상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물밑 협상을 토대로 상호 이익을 취하는 연대에 나선다면 새누리당은 고립될 수 있다. 새누리당 단독으로는 국회의장을 차지하기 어려운 의석 규모를 역이용하는 방법이다.


2016년 6월7일과 8일,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각 당의 지략싸움은 절정에 달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공조가 가시화되자 새누리당은 비상이 걸렸다. 새누리당은 야당 공조에 경계심을 보이면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궁지에 몰렸던 새누리당을 더욱 압박했다. 그는 6월8일 국회 비상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이) 그냥 국회의장을 달라는 건데, 집권당이 참 무책임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비판했다.


정치는 갈등이 최고조로 올라갈 때 협상의 여지도 생기는 법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6월8일 오전 “야당에 국회의장직을 양보하겠다”고 밝혔다. 서청원 의원이 국회의장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정치, 그날엔…] 국회의장 대어 낚은 민주당…'정치 고수'의 밀당 비하인드 원본보기 아이콘


결국 우상호 원내대표의 버티기와 압박 전략은 국회의장 탈환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6월8일 오후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국회의장은 민주당이, 국회부의장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맡기로 했다.


상임위원회는 민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보건복지위, 국토교통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를 맡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국회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정보위원회, 국방위원회를 맡기로 했다. 중재자 역할을 했던 국민의당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알토란 상임위를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운영위는 물론이고 법사위와 기재위 등을 차지하면서 실리를 확보했지만 국회의장을 내줬다는 점에서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새누리당이 원 구성 타결 당시는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만 민주당에 국회의장을 내준 선택은 치명적인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민주당 몫으로 돌아간 국회의장(정세균)은 2016년 12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국회 탄핵안 가결을 이끌었다.

AD

정치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2016년 6월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했다면 6개월 뒤 대통령 탄핵이 가능했을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