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논의 거쳤다면 면죄부
감독당국 제재 근거도 공개를

회계기준원 해설 역할 키우면
실무현장 혼란 줄일 수 있어

정석우 한국회계학회 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석우 한국회계학회 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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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회계 투명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피감사인(기업)이나 감사인(회계법인)이 실무에서 진행하는 회계 처리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환경 조성이 시급합니다. 일부 기업들은 자신들이 충분히 고민한 회계처리라도 금융당국이 나중에 잘못됐다고 지적할까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회계 관련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금융당국의 입장을 가장 중시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입니다."


정석우 한국회계학회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은 6일 아시아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회계처리가 감독당국이 내리는 판단과 다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늘 호소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은 큰 틀의 원칙만 정해놓고 있다. 기존 회계기준(K-GAPP)과 다르게 모든 사안에 대한 회계 규정을 정하고 있지 않아 기업이나 회계법인마다 해석과 적용에서 차이가 난다. 기업 입장에서는 감사인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여러 회계처리 중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은 방법을 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이 해석과 적용의 차이가 나중에 아예 틀린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회계처리를 두고 감독당국과 이견이 있으면 결론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 될 수 있다. 정 회장은 "새 회계 기준들이 계속 도입되고 있고, 기존 회계처리 방법을 두고서도 전문가들 사이에 많은 이견이 나타난다"며 "기업이나 감사인들은 사전에 처리한 회계처리에 불확실성이 없도록 금융당국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원칙 중심의 회계 기준하에서는 '회계기준의 해석'은 물론 기준의 실제 적용과정에서 필요한 '사실 판단으로 인한 의견차이'도 자주 발생한다.


그는 "회계처리 적용을 위한 사실판단의 경우에도 감독당국 차원의 창구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어렵다면 기업이 사전에 충분한 전문가 논의를 거치고 투자자들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회계처리 결과를 공시한 사항에 대해서는 어떤 회계처리를 하든 면죄부를 주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특정 사안에 대한 제재 조치를 내릴 경우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 공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감독당국의 감리나 심사 결과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공개가 매우 중요하다"며 "자세한 설명이 없는 제재 조치만으로는 향후 현장에서 비슷한 사례가 나와도 어떻게 회계처리를 하면 좋을지 또 혼란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감독당국이 해당 결론을 내리게 되는 조치 판단 근거를 자세히 밝히는 것만으로도 회계투명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회계기준원의 역할 강화도 주문했다. 정 회장은 "회계기준원이 기준 해설에 대한 문제 뿐만 아니라 사실판단에 대한 문제도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줄 필요가 있다"면서 "감독당국에서 기준원에 관련 권한을 부여한다면 회계실무 현장의 혼란이 크게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계 개혁을 통해 감사 가격 정상화가 시작된 만큼 앞으로는 감사 품질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는 "회계정보생산 과정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책임 증대 역시 명확해졌다"며 "감사인의 감사인 실명제 같은 실질적 책임 확대를 위한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품질을 투입시간과 연결시키는 방법으로 '표준감사시간제도'가 도입된 것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정 회장은 "혁신 기술의 도입으로 감사품질을 향상시키면서도 더 적은 시간으로 감사가 가능하게 됐다"면서 "하지만 투입시간이 적다고 감사 가격이 떨어진다면 감사인 입장에서는 혁신 동기가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수년째 전세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회계투명성 순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2018년 기준 한국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회계 투명성 평가에서 평가대상 63개국 중 최하위권인 61위였다. 정 회장은 "국내 회계 수준이 그렇게 낮지는 않다"면서 "제도 수준이나 이행 노력 면에 있어서도 국제회계기준위원회 등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IMD 발표가 회계정보 작성자인 기업들의 답변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면서 "이는 그만큼 기업들이 회계정보의 투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또 추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감독당국 내 회계분야 조직 확대도 제안했다. 정 회장은 "금융감독원에서 최근 소비자보호처를 별도 기구로 만든 것처럼 회계가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인프라가 70%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회계만을 총괄하는 관리 조직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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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내 회계제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회계산업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양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표준시간감사시간제 등의 회계시장 개혁을 통해 회계시장은 기존 대비 50% 이상 커졌다. 하지만 회계업계에서는 감사인 지정제가 대형법인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중소법인은 기존보다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기업들 역시 회계 개혁으로 감사보수만 터무니 없이 올랐다고 하소연한다. 정 회장은 "감사인들은 기업들을 향해 지나치게 높은 감사보수나 무리한 요구를 하기보다는 감사 품질 개선에 앞장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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