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명 한국인 생명 구한 불법체류자를 도와주세요" 국민청원 등장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구조하다 화상을 입었으나 치료과정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이 밝혀져 한국을 떠나게 된 카자흐스탄 국적의 알리(28)씨를 도와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화마 속에서 10명을 구한 불법체류자, 추방이 아닌 영주권 이라도 줘야 하지 않나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알리씨가 지난달 강원도 양양에서 3층 원룸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입주민 10여 명을 대피시키고 본인은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며 "불법체류자가 한국인 10여 명을 살리는데 공헌을 했다면 국가에서 보상을 해야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또한 프랑스에서 자국민을 구한 외국인 불법체류자 청년에게 영주권을 준 사례를 들며 "(알리씨가) 추방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청년을 추방하는 건 국제적 망신"이라며 "알리씨에 대해 신분조회를 하고 이상이 없다면 영주권이나 취업비자를 늘려주는 정부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난간에 매달린 아이를 구한 불법체류자에게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영주권을 부여하고 소방관으로 특채될 수 있게 해 준 사례가 있다.
뿐만 아니라 양양군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이날 현재 알리씨와 관련된 글 10여건이 올라왔다. 이곳에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살린 알리씨를 도와줘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앞서 알리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11시 22분께 친구를 만나고 귀가하던 중 자신이 거주하던 강원 양양군 양양읍의 한 3층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입주민 10여 명을 대피시켰다.
2층에 있던 한 여성을 구조하려다가 목과 손에 2∼3도 화상을 입었으나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이 같은 사정을 뒤늦게 알게 된 양양 손양초등학교 장선옥 교감을 비롯한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알리씨는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을 자진신고했고, 이 신고는 출국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알리씨는 다음 달 1일 출국해야 한다.
알리씨는 2017년 관광비자로 입국한 이후 월세방을 전전하며 공사장 등에서 번 돈으로 고국에 있는 부모님과 아내, 두 아이를 부양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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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과 함께 십시일반 모은 700여만원으로 알리씨의 치료를 돕고 양양군에 의사상자 지정을 신청한 장 교감은 "불이 난 건물이 내가 사는 바로 옆집인 데다가 알리씨의 사정을 전해 듣고 너무 안타까웠다"며 "알리씨가 한국에서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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