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투표, 2000년대생이 온다
안전·근면·성실에 높은 가치
베이비부머와 비슷한 성향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송승윤 기자] 우리 정치는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독특한 세대'를 맞을 준비가 됐을까.
아시아경제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하루 앞두고 올해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2000년 이후 출생 유권자 15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에게선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1990년대생'과 또 다른 미묘한 차별점이 관찰된다. 전 세대보다 더 실용적이고 보수적이며 탈이념적 성향도 보인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분석하고 현실에 적용하려는 노력과는 별개의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리더십 컨설턴트인 이경진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는 "2000년 이후 출생자들은 '리스크테이킹'보다는 안전이나 근면ㆍ성실에 높은 가치를 두는데, 이는 그들의 부모세대인 베이비부머와 비슷한 성향"이라고 진단했다. 두 세대는 역사상 유례없는 치열한 경쟁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당? 노관심, 정책? 나한테 도움되나?"
특정한 이념적 지표를 표방하는 정당은 선택의 전제 조건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가 그리고 그 정책이 나에게 '의미가 1이라도 있느냐'로 모아진다. 고등학교 3학년 이진선(18)씨는 "최근 여주시장이 모든 청소년에게 여성 생리대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며 "시장과 같은 정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젠더이슈에 관심이 많다는 대학 새내기 임정원(20)씨는 "n번방 사태를 비롯해 성범죄 전반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고 청년층 취업정책에 힘쓰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그 후보가 어떤 정당이어야 하느냐는 별개 문제다. 사전투표를 마친 대학생 최진호(20)씨는 "세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후보에게 가장 점수를 높게 줬다"고 말했다. 역시 대학생인 오이석(19)씨도 "첫 투표인 만큼 책임감 있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공약 등을 공부해 좋은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공약 실천할 사람 찍어야죠. 어느 당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총선에 투표권을 처음 행사하는 2000년부터 2002년 출생자는 180만명에 달한다. 전체 유권자 중 4% 수준이다. 이들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후보자들의 공약을 찾아보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하며 세상 이치를 파악한다. 정보 접근력이 강한 만큼 균형적 현실감각을 갖췄고 사회 이슈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반면 원하는 정보만 취합하고 논리를 강화하는 편향성도 관찰된다. 이들이 '꼰대'라는 말로 상징되는 기성 정치인에 대해 갖는 반감이, 다른 세대의 어떤 비판적 시각보다 강하다는 게 그런 방증이다.
대학생 김경태(20)씨는 "동물국회 정치인들은 이제 그만 보고싶다는 생각에 특정 정당 후보는 제외했다"며 "선거철에만 인사하지 말고 평소에도 낮은 자세로 지역주민들을 봐달라"고 했다. 대학생 김건희씨(20)도 "거대 양당 모두 국민보다는 자기 자리를 지키는 데만 치중하는 것 같다"며 "선거가 권력을 잡기 위한 과정이란 점은 이해하지만, 솔직히 이번 선거를 통해 '세대교체'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학생 박연수(20)씨도 "선거 때마다 우리 학교 이전 공약을 내놓던데, 차후 별 조치가 없는 건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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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보다는 공약을 우선한다는 가치, 그러나 그 공약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2000년대생의 인식에 우리 정치는 뭐라고 답해야 할 것인가. 대학생 조건희(19)씨는 말한다. "후보들 공약을 살펴봤는데 '이런 거 다 안 지키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선입견이기도 하죠. 그래서 실천 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사람을 찾아서 뽑기로 했어요. 그 후보가 어디 당인지는 모르겠어요."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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