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역병이 드러낸 시대의 모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두 번째 시즌
왕이 돌아왔다. 1년 2개월만의 귀환이다. 지난해 세계 190개국에서 동시 선보이며 조선판 좀비물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최초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이 지난 13일 두 번째 시즌도 공개했다. 장르물의 거장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킹덤' 시리즈는 가상의 조선 왕조에서 죽은 자가 되살아나는 괴이한 역병이 창궐하는 세계를 그린다. 가장 한국적인 드라마 장르 사극에 서구의 대표적 장르물인 좀비 아포칼립스를 결합한 독특한 상상력이 압권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판타지 정치 시대물 '왕좌의 게임'과 좀비물의 대명사 '워킹데드'가 만난 작품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첫 번째 시즌에서는 조선의 실질적 지배자 해원 조씨 가문에 의해 쫓겨난 왕자 이창(주지훈)이 그들의 음모를 파헤치다 '생사역'이라는 괴질과 마주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두 차례 전란과 조씨 가문의 탐욕으로 피폐해진 시대. 굶주리던 백성들은 급기야 인육까지 먹고 그 뒤부터 정체 모를 역병이 퍼져나간다. 시즌 2에서는 더 창궐한 역병을 악용하려는 조씨 가문과 그들을 끝장내고 백성도 지키려는 이창의 본격적인 대결이 그려진다. 역병의 실체 추적 과정에서 이창과 다른 방법으로 백성을 구하려는 의녀 서비(배두나)의 활약도 펼쳐진다. 미스터리가 더 흥미진진하고 액션의 긴장감은 한층 배가됐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시즌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킹덤'의 비극은 밑바닥 백성들로부터 시작된다. 시즌1에서 처음 생사역에 감염된 이들은 굶주림과 고통으로 죽어가던 지율헌의 환자들이었다. 좀비로 되살아난 이들의 생기 없는 얼굴과 누더기 옷은 생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과 맞닥뜨린 관리들이 공포 속에서 "상것들이 양반을 공격한다"고 외치는 장면은 계급사회에 대한 절묘하고도 서글픈 풍자다. 이런 문제의식은 시즌2에서 좀비 재앙의 시초인 3년 전 이야기가 밝혀지는 순간 더 명확해진다. 최초의 좀비들은 전란에서 화살받이 역할을 한 백성들이다. '킹덤'은 이렇게 좀비물이라는 외피로 불평등 세상의 잔혹한 진실을 드러낸다.
'킹덤'의 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한층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동안 인류가 많은 재난을 겪어오면서 깨달은 것은 그 고통이 결코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급부상하는 각자도생 논리는 취약계층일수록 불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감염 재난에서는 이런 모순이 더 두드러진다. 가령 좁은 공간에서 밀집해 살아가기 일쑤인 저소득 계층은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감염 예방법으로 제시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또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노인ㆍ어린이ㆍ장애인에게는 시련을 가중시키는 요인일 뿐이다. 감염 재난 상황에서 사회 취약계층은 그대로 안전 취약계층이 된다. 국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최대 피해자가 오랫동안 폐쇄 병동에 발 묶여 있던 노령 환자들이라는 사실이 단적인 사례다. 병들고 가난한 백성을 가장 먼저 덮치는 '킹덤' 속 역병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통렬한 은유와도 같다.
'킹덤'은 감염 재난이 말해주는 역설적 희망 역시 놓치지 않는다. 타인과 접촉을 경계해야 하는 현 사태는 역으로 우리 사회가 그만큼 밀접하게 연결된 공동체임을 드러낸다. 따라서 '킹덤'의 구원은 타인에게 굳게 문을 닫아버리는 단절과 각자도생의 원칙이 아니라 문을 열어 서로 구하려 드는 숭고한 헌신에서 온다. 다른 이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다리를 끊어버리고 탈출한 이들은 몰살당한다. 반면 함께 힘 합쳐 출구를 모색하는 이들은 그만큼 오래 버틴다. "아무리 끔찍한 병도 막을 방도가 있다"는 희망의 대사는 결국 끝까지 서로의 곁에 남아 있던 이들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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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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