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비례연합당은 양날의 칼
21대 총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적잖은 변수가 생겼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3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연합당'에 참여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무려 74%가 넘는 당원들이 찬성했다. 당 지도부가 사실상의 결론을 내린 뒤 그 정치적 부담을 당원들에게 떠넘겼고 이에 당원들이 압도적 찬성으로 화답한 것이다.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비례연합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비례한국당'에 대한 맞대응 카드라는 것이 핵심이다. '연동형 비례제'를 무력화 시키는 미래통합당의 '꼼수'에 눈 뜨고 당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비례연합당 창당의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꼼수라고 비판했던 민주당이 똑같은 꼼수로 대응하는 것이 옳으냐며 정도로 가자는 '당위론'이 있었다. 반대로 자칫 제1당까지 뺏기면서 '친박(친박근혜) 세력의 부활'을 돕는 것이 옳으냐며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현실론'도 있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어느 것 하나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결국 현실론이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갈 길은 산 넘어 산이다. 연동형 비례제를 훼손하더니 이제는 미래통합당과 똑같은 꼼수로 천신만고 끝에 일궈낸 작은 성과마저 스스로 짓밟고 말았다는 여론의 호된 비판이 최대 걸림돌이다. 민주당이 중도 및 개혁세력의 '연합'에 방점을 둔 배경이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의석 싹쓸이를 구경만 할 수는 없어서 불가피하게 비례연합당을 창당하니 여기에 민생당과 정의당 등이 동참해 달라는 것이다. 그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후순위 의석 7개만 받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잘 하면 미래통합당의 꼼수를 무력화시키는 중도 및 개혁세력의 '연합작전'이 되겠지만, 자칫하면 민주당의 지역구 선거까지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비례연합당은 '양날의 칼'이 된 셈이다.
관건은 비례연합당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논외로 하더라도 민생당을 비롯한 다른 중도 및 개혁성향의 정당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밑그림부터 마련했어야 했다. 그래야 큰 정치적 부담 없이 동참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함께 한 뒤에 논의해도 된다는 생각이었다면 그건 오판이다. 개문발차 한 뒤에 '이게 아니다' 싶어 뛰어내리면 크게 다치는 법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런 디테일한 준비가 없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를 만나지도 못하고 서로 얼굴만 붉힌 것이 그 단적인 예라 하겠다.
이를테면 21대 총선 뒤 비례연합당으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의 거취를 어떻게 할 것인지, 비례연합당으로 뭉치는 '빅텐트'의 최대강령이 무엇인지 그리고 비례대표 순번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등에 대한 입장부터 마련했어야 했다는 뜻이다. 그래야 민생당과 정의당 내부의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부실했다. 아니 사실상의 '민주당 2중대'를 만드는 방식처럼 통보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되면 총선 후 민생당이나 정의당은 사실상의 해체 수순으로 갈 수도 있는 일이다. 따라서 정의당이 완강하게 거부하고 김 공동대표가 분노했던 것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이제 민주당은 총선정국을 좌우할 수도 있는 비례연합당이라는 큰 변수 앞에 섰다. 미래당 등 군소정당의 합류는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턱도 없다. 민생당 참여가 핵심이다. 정의당까지 합세하면 금상첨화가 되겠지만 거기까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젠 시간도 많지 않다. 이미 '양날의 칼'이 되어버린 비례연합당, 그 설계도를 어떻게 그릴 것인지 민주당의 전략적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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