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1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올해 에너지 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인사들 모습. 맨 오른쪽이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사진=문채석 기자)

지난 1월21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올해 에너지 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인사들 모습. 맨 오른쪽이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사진=문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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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따라 저희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많은, 빠른 변화를 따라가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지난 1월21일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 close 증권정보 034020 KOSPI 현재가 117,100 전일대비 2,900 등락률 -2.42% 거래량 4,374,858 전일가 120,00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외국인 2.8兆 매도 속 코스피 신고가 마감…8천피 눈앞(종합) 7900 머무르는 코스피…코스닥은 하락 전환 코스피 강보합 출발…8000피 재도전 사장)


세계 최고의 원자력 발전 회사 중 하나로 꼽혔던 기업의 사장이 에너지 업계 신년인사회에서 한 말이다. 참석자들이 케이크를 자르고 잔을 돌릴 때 홀로 이렇게 토로했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두 달 뒤 두산중공업은 일부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털어놓게 된다.

전문가들은 세계 일류 회사가 스스로 공장 문을 닫기로 한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지나치게 빠른 탈원전(에너지 전환)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2015년에 수립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건설이 확정돼 두산중공업이 주기기를 약 30% 제작했던 총 사업비 8조2600억원의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사업은 중단됐다. 이 밖에도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4개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이 종결됐다. 두산중공업의 신규 수주액은 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9조원대에서 지난해 3분기 말 2조1000억원대로 줄었다. '과속 탈원전'의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꼽힌다.


정 사장 혼자 웃지 못한 신년회 이후 두 달 동안 정부는 여전히 과속을 했다. 두 달간 에너지 업계는 ▲ 한국전력 한국전력 close 증권정보 015760 KOSPI 현재가 39,650 전일대비 1,100 등락률 -2.70% 거래량 4,631,320 전일가 40,75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클릭 e종목]"한국전력, 쉽지 않은 상황...목표주가 25%↓" '중동 휴전' 호재에 코스피·코스닥 상승 마감 '미·이란 휴전' 소식에 코스피 5%↑…매수 사이드카 발동 의 1조3566억원 적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월성1호기 영구정지 확정 ▲감사원의 한국수력원자력 월성1호기 경제성 축소 관련 감사 연기 ▲월성원전 맥스터(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포화 시점 논란 및 월성 원전 재가동 리스크 확대 등으로 신음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는 치명상을 입은 두산중공업과 원자력 부품 협력사들을 살리기 위해서다. 둘째는 '민간 기업→공기업→국민'으로 피해가 퍼지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여기서 공기업이란 한국전력기술(원전 설계 회사), 한전원자력연료(원자력 연료 설계·제조사)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기관들을 말한다.


정 사장은 신년회에서 몇 마디 더 했다. "저희가 만드는 기계들(가스 터빈)이 국내 에너지 전환 정책에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저희도 국내 에너지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업계와 협력해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정부의 과속 때문에 회사의 핵심 현금 창출원인 원전 관련 수주를 날리면서도 어떻게든 가스 터빈 사업을 함께 추진해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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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두산중공업의 원전 관련 사업은 물론 가스 터빈 사업조차 위축되고 노사 갈등마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과속을 멈추지 않으면 원자력 업계와 공기업, 나아가 국민까지 '제2의 두산중공업'이 돼 고통받을 수 있다. 문제없던 일들이 정부의 정책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바뀌는 과속 탈원전의 부작용이 반복된다면 말이다.


[기자수첩]"'과속 탈원전' 따라가기 힘들다" 두산重 새해인사 외면한 정부 원본보기 아이콘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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