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비용은 조금만 주의하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지칭한다. 그래픽 = 이경도 PD

멍청비용은 조금만 주의하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지칭한다. 그래픽 = 이경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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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7년 7월 7일, 베이징 인근 루거우차오(盧構橋)에서 대치 중이던 중국군과 일본군 사이 수십 발의 총성이 울렸다. 중국 영토인 다리에서 총성이 울리자 중국군은 일본군이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연습을 한 것에 대해 즉각 조사에 착수했고, 일본군 역시 철수를 결정한 뒤 곧 병사 점호를 실시했다. 그런데 이때 척후병 1명이 자취를 감췄고, 해당 부대 대위는 이를 중국군의 공격때문이라고 간주하고 상부에 병사가 실종됐다는 오보를 올렸다. 당시 연대장이었던 무타구치 렌야는 척후병의 소재 파악 대신 중국군과의 교섭을 먼저 지시했다. 그사이 용변을 보고 점호 20분 만에 무사히(?) 복귀한 척후병이 실종된 자신을 찾기 위해 수색에 투입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해당 부대 대위는 병사의 복귀를 확인하고도 명예를 위해 차마 보고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의 복귀 사실을 상부에 숨겼다. 이 사실을 몰랐던 연대장 무타구치 렌야는 중국군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리기에 이른다. 중일전쟁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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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비용은 조금만 주의했으면 쓰지 않아도 됐을 소비를 지칭하는 말이다. 밥 먹다가 늦어 예약한 기차를 놓치거나, 할인 기간이 지나 제 값을 주고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를 설명하는데 쓰인다. 실종 병사의 소재파악 대신 중국군 공격을 지시해 자국군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중일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루거우차오 사건도 멍청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무타구치 렌야는 이후 버마와 인도 국경지대에서 벌어진 임팔작전에도 등장한다. 정글을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3개 사단에 보급로 확보 대신 “적에게서 탈취한 것만으로 보급을 충당하라”는 황당한 지시로 전투를 패배로 이끌었다. 적의 보급품을 탈취해 아군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것은 군사 작전의 정석이지만 3개 사단에 이르는 정규군이라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본군 내에서도 렌야의 작전에 문제가 있음을 감지했지만, 파벌 경쟁과 인정주의가 팽배했던 당시 일본군 수뇌부는 작전의 실패 가능성을 묵살했다. 임팔작전의 실패는 곧 일본군의 패망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고집스럽고 멍청한 인물이 초래한 멍청비용이 2차 세계대전의 연합군 승리에 기여했던 셈이다.

용례
A: 아, 맞다. 너 외장하드 산다고 했었지? 어제 아마존에 핫딜 떴던데?
B: 진짜? 얼마에 나왔는데? 실은 어제 데이터 옮기느라 급하게 주문하긴 했거든.
A: 12TB에 174달러. 쿠폰 쓰면 10% 할인되고.
B: 와... 쫌만 일찍 얘기해주지, 나 어제 10TB 180달러 주고 주문했는데?
A: 헐, 2TB에 6달러 손해 본 거네? 완전 멍청비용이다. 빨리 주문 취소해.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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