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아지랑이 서체/김분홍
욕망은 가벼워요 허공을 흔들어 놓고 사라지는 연기처럼 욕망이 피어오르고 있어요 나를 구불구불한 길에 가두고 있어요 나는 불길이 되어 가요
새싹은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 그 속엔 일기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고백이 새싹을 펼칩니다 무성해진 새싹으로 나는 봄을 탕진합니다 그리움도 퇴고가 필요한가 봐요 잡념을 솎아 내는 동안 진달래가 피는 언덕에는 풍차가 돌아갑니다
한 방향을 고집하는 풍차와 한 사람만 생각하는 나는 취향이 같습니다 저 풍차는 아찔했던 순간들을 몇 번이고 견뎌 냈겠죠 멈추지 않고 풍경을 돌리고 있는 풍차의 시간은 굴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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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이다. 봄이다. 물론 아직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만큼 따스하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쪼그마한 풀잎들이 오종종 돋아 올라 소꿉놀이하는 봄이다. 이런 봄날이면 괜히 그립다. 괜히 그리워서 서성거리게 되고 기다리게 되고 아무런 말이나 중얼거리게 된다. 이유는 모르겠다. 속수무책으로 그런다. 대책 없이 그런다. 딱히 누가 그리워서 그런 것도 아닌데 그런다. 그래서 더 아찔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속절없이 또 한 시절을 탕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러면 어떠랴. 이 봄날 그리움은 자꾸 마중 나가고 싶은 그리움이고 자꾸 맞이하고 싶은 그리움이니. 아직 피지는 않았지만 나무마다 이미 환한 꽃 등잔들이 맺힌 봄날이니.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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