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천재지변 지정 안되나요" 예비부부들 위약금 갈등 '울상'
코로나19 여파로 예식장 취소 등 예비부부 울상
천재지변 해당 안해 위약금 갈등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결혼을 앞둔 30대 예비부부는 요즘 하루하루가 괴롭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결혼식을 연기하고 싶어도 위약금이 걸려 있어 예식장과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예비 신랑 A 씨는 "전 세계가 코로나 때문에 비상이 걸렸는데, 이 정도면 천재지변 아닌가"라면서 "예약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코로나를 천재지변으로 좀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감염 우려로 다중이용시설을 꺼리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결혼 일정을 연기하고 싶어도 막대한 위약금이 있어 예식장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를 천재지변으로 볼 수 있느냐다. 천재지변에 해당하면 불가피한 사유로 계약 취소를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자연재난이 아닌 사회재난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결혼식 취소 등은 천재지변이 해당하지 않아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어, 이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2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1월20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소비자상담센터에 들어온 코로나 관련 위약금 취소 등에 관한 상담 건수는 2442건에 달한다. 그중 예식서비스는 359건에 이른다.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르면 소비자가 90일 전 취소할 때는 계약금 환급, 60일 전 취소에는 총비용 중 10%, 30일 전까지는 20%, 그 이하는 35%의 위약금을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천재지변에 해당하지 않다 보니, 예비부부들은 위약금 배상 문제를 두고 다툼을 이어가야 한다.
결혼식을 앞둔 30대 중반 직장인 B 씨는 "결혼식이야 일정을 조정할 수 있겠지만 위약금 문제는 다르다"라면서 "이걸 예식장이랑 좀 따져봐야 하는데 심적으로 너무 지친다"라고 토로했다.
신혼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 일정을 잡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한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입국 금지 또는 입국 절차 강화로 사실상 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현재까지 입국 금지는 일본과 베트남 등 17곳, 격리나 검역 강화로 입국을 제한한 곳은 타이완과 콜롬비아 등 13곳으로 모두 30곳이다. 또 한국을 방문할 때 주의하라는 경보를 미국 등 24개 나라가 했고, 한국발 항공 노선 중단도 증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여행 취소를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무소속 이태규 의원실이 지난 23일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월1일부터 15일까지 여행 취소로 인한 위약금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124건이 접수됐다.
그러나 이 역시 위약금을 두고 다툼을 벌여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권장하는 국외 여행 표준약관에는 '태풍 홍수 등 천재지변, 전쟁, 정부의 명령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만 여행 계약을 변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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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각종 계약 취소와 관련해 (코로나19) 천재지변으로 볼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면서도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소비자에게 갈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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