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AD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서울회생법원에서는 5년간 법인회생 사건의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시행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골프장은 회생절차를 신청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고, 건설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골프장의 경우 회생절차를 신청해 폐지된 경우는 많지 않고, 인수합병(M&A)의 성공률이 40%로 매우 높았다. 반면 건설업의 경우는 폐지된 경우가 많았고, M&A의 성공률도 9%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왜 골프장은 원만하게 회생절차가 진행돼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반해, 건설업은 회생절차를 통해 회생에 성공하기 어려운 업종일까? 거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첫째, 채권자의 구성에 있어서의 차이이다. 골프장의 경우는 채권자의 구성이 단순하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골프장은 위탁금제 골프장으로 대부분의 채권자가 골프회원들의 입회금반환청구권을 가진 자들이다. 상거래채권자는 드물고 다른 채권자도 존재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는 것이 수월하다. 회원명부가 있기 때문에 채권자의 주소나 연락처 등을 파악하기 쉽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반면 건설업의 경우는 채권자의 구성이 다양하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복잡한 하도급 구조로 인하여 공사대금 관련 채권자들이 다수이고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한 건설업의 특성상 하자에 관한 분쟁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진행 중이거나 잠복되어 있는 분쟁이 상당하다. 이로 인해 채권자협의회 구성도 용이하지 않고, 채권자들의 특정이나 소재 파악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회생계획안의 동의를 받기 위한 작업도 녹녹치 않다.

둘째, 기업가치의 평가에 있어 난이도 차이이다. 골프장은 사업을 계속할 토지와 건물 등이 있고, 위치가 어디인지에 따라 기업가치의 평가(연간 수익의 산출)가 쉽다. 기업가치의 평가가 쉬우면 자금을 조달하는데 있어서도 수월하다. 기업가치의 평가가 쉬우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성이 적어 투자결정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에서 진행된 한 골프장의 경우 4곳에서 인수전이 붙었다. 용인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에서 접근성도 좋았고 운영도 어려운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았다. 결국 27홀 골프장이었지만 2300억 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됐다. 필자가 2017년 수원지방법원에서 파산부장으로 근무할 때 역시 용인에 소재하는 27홀 골프장이었는데 1900억 원에 인수됐다. 반면 건설업은 기업가치 평가가 쉽지 않다. 건설업은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고 공사수주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매년 매출을 예측하는 것도 어렵다. 또한 하자분쟁과 같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미확정채권들이 많아 인수자 입장에서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건설업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한다.


셋째, 회생절차는 골프장에 적합한 법률적 도구이다.'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골프장이 경매나 공매 등을 통해 제3자가 인수할 경우 인수자는 골프회원권자의 지위를 승계해야 한다. 즉 경매나 공매 등을 통해 골프장을 인수하더라도 깨끗한 상태의 골프장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골프회원권자의 지위를 모두 승계해야 한다. 반면 회생절차를 통해 제3자가 인수할 경우에는 기존 골프회원권자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회원제 골프장에서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하려는 골프장의 경우는 회생절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AD

통계적으로나 실질적으로 골프장은 회생절차에 적합한 업종이고 건설업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회생절차를 통해 성공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지는 얼마나 신속하게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느냐와 기존 경영자의 의지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너무 늦게 회생절차에 들어오면 절차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최소한 2개월 정도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운전자금이 확보된 상태에서 회생절차에 들어와야 한다. 결국 회생절차에 얼마나 신속하게 들어오느냐가 재기의 성공 열쇠라고 할 것이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